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중소벤처업체의 사장 Y씨(39). 지난 1999년 굴지의 대기업 기획실을 떠나 이 업체에 최고경영자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Y씨는 사장직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의 놀라운 ''사건''을 경험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냈다가 탈락한 것. "기술력이나 사업전망으로 볼 때 탈락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술력이 뒤처지는 경쟁사가 정부쪽에 손길이 닿는 브로커를 끼고 미리 선수를 친 것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Y씨에게 컴퓨터 회사로부터 유혹의 손길이 들어왔다. 직원 50여명의 컴퓨터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던중 자사 컴퓨터를 사주면 3%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겠다는 얘기였다. "크든 작든 어떤 기업도 이런 관행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Y씨의 ''결론''이다. 요즘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각종 게이트 사건도 이같은 부패 연결고리들이 파행적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최근의 대형 비리사건들은 거의 예외없이 권력기관이나 금융회사들과 연계돼 있다. 패스21 사건에서 윤태식씨가 정부기관을 상대로 시연회를 한 대목이나 일부 언론사에 ''기사 로비''를 벌인 것은 현재 우리사회가 얼마나 입체적인 ''부패 고리''로 묶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시장 실패''로 이어져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좀먹는다는데 있다. 인사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사장은 "부패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경쟁력이 없는 업체가 희소 자원들을 독점케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누가 경쟁력을 키우려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부패 구조는 경기가 좋을 때는 잠복해 있다가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을 때 한꺼번에 돌출되는 속성이 있다. 각종 게이트들도 벤처업계가 호황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드러났다. 대검찰청 통계에도 이같은 정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난 1996년 3천7백28명에 불과했던 부패사범은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5천2백6명과 5천99명으로 늘어났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는 "내가 공정한 방법으로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정도(正道)''를 걸을 기업은 많지 않다"며 "부패가 일부 후진 국가에서처럼 나라 전체의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훈.강동균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