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새해 첫 일출을 보려고 사람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저마다의 해맞이 명소로 다녀왔을 것이다. 그 곳이 동해바다나 남산이 아니고 우리동네,내 집 앞이면 어떤가? 어디서 첫 일출을 보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왜 그 일출을 보느냐 하는 것이다. 해가 떠오를 때 무엇을 기원했는가? 새해가 보름 이상 지난 지금까지 올해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서두르자.더구나 주부는 가족의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Family Dream-maker)이 아닌가? ------------------------------------------------------------------------------ 새해 계획 이야기를 꺼내면 벌써부터 심드렁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나이에 그런 것 세워 봤자 뭐하냐?''''실천도 제대로 못할텐데 시간만 아깝지 뭐''.정말 그럴까? 진지한 마음으로 조목조목 다시 따져보자. ◇이 나이에도 새해 계획이 필요한가=영국의 시인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의 ''무지개''를 기억하는가?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나의 가슴은 설렌다. 내 생애가 시작될 때 그러하였고 나 어른이 된 지금도 이러하거니 나 늙어진 뒤에도 제발 그래라.그렇지 않다면 나는 죽으리!''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이 계속되는 한 새해 계획은 가슴 설레며 계속돼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가슴 설레며 실천하고 싶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부터 확립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가슴 설레는 계획은 그것이 이뤄낼 멋진 비전에 의해 가능하고 이러한 비전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부는 자기 개인의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자 동시에 가족의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만약 가족을 기업조직에 비유한다면 주부는 일종의 ''드림 매니저(Family Dream Manager)''에 해당될 것이다. 최후의 결정을 남편보다 더 자주 내려야 한다면 CEO(Family Dream CEO),가족의 삶을 드라마나 영화에 견준다면 연출가(Family Dream Producer)라고 할 수도 있다. ◇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가=우리가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은 것 같지만 결국은 두가지다. 즉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대로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자원,특성,주변의 여건변화 등을 충분히 고려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얼마든지 실천 가능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1단계로 우선 하고 싶은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노트를 가져와 자신의 꿈을 ''개인차원의 꿈''과 ''가족차원의 꿈''으로 이분하고 내 정체성과 비전에 근거해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을 최소한 5개 이상 적어본다. 두 차원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전자는 주로 자신의 일(직업,가사노동 포함)과 자아발전 계획을,후자는 가족공동의 일이나 드림매니저로서 가족원을 지원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내가 원하는 것 뿐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반영하도록 한다. 이때 내용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2단계로는 우선순위와 현실성에 입각해 아이템을 여러번 검토한다. 1차적으로 선정된 아이템별로 ''이것이 정말 꼭 필요한가?''를 검토하라.만약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선순위에 근거해 통합한다. 또 유사한 성격을 가진 수단적 목표가 나열돼 있다면 공통의 목표로 묶어낼 수도 있다. 예컨대 ''가족과의 대화시간 정규화''로 묶어낼 수 있다. 이때 ''정말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묻고 또 물어라.막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세부계획을 세운 뒤 검토해 보라.마음 속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아이템이나 표준을 조절한다. 개별검토가 끝난 후에는 가족들,특히 남편과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조정될 수 있다. 마지막 3단계는 이 계획을 매월 또는 매일의 시간 및 금전계획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시간배분에 있어서는 양적 시간 못지 않게 질적인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컨디션과 활동습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간을 배분한다. 그 다음 일별 월별 표준 샘플을 만든다. 금전 배분을 위해서는 가계부의 해당 계획부분에 모든 아이템을 적어두고 매월 반영하도록 한다. ◇과연 계획에 쓴 시간은 낭비인가=진정한 계획은 초안을 세우며 실천을 기록하고 점검하면서 초기 계획을 보완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더구나 이러한 계획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유용한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렇게 계획에 쓰는 시간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 시간을 들여 신중히 세운 계획일수록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해 준다. 즉 시간을 합목적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막연하게 보내는 시간을 줄여준다.또한 무엇보다 방향을 잘못 설정해 엉뚱한 일에 수일 혹은 수개월씩 낭비해버리고 후회하는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자,이제 아이들에게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라 잔소리하지 말고 우리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자.그리고 그러한 계획이 쓰여진 기록지를 가슴에 품고 앞으로 1년을 충실하게 엮어가자. < 배순영 한국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 consumer119@cpb.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