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 업계에 나노 바람이 불고 있다. 나노기술(NT)이란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몇 개의 원자 또는 분자 단위를 조작하는 초미세 기술이기 때문에 비타민 등 특수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기능성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업체에선 나노전문 연구소 등과 손잡고 앞다퉈 신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코스맥스(대표 이경수)는 최근 서울대 교수들이 세운 나노전문 벤처기업인 나노하이브리드(대표 최진호)와 손잡고 비타민C를 생체친화형 무기물로 캡슐화한 제품인 ''비타브리드''를 개발했다. 비타민C는 노화 방지와 미백 효과,피부 탄력 유지 등의 성능을 가지고 있어 이전부터 화장품 제조에 많이 사용돼 왔지만 공기 빛 열 등에 노출되면 금세 효능을 잃어버리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같은 비타민C를 나노 기술을 이용해 안정화시킴으로써 효능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이경수 대표는 "앞으로도 연구기관들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나노 기술을 이용한 기능성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콜마(대표 윤동한)는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방사선식품생명공학연구팀과 공동으로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방사선 조사(照射)기술을 이용해 천연물질의 구조만 변화시키고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함유한 천연물질들은 가공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성분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해 상품화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한국콜마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이용하면 천연물질이 가지고 있는 효능을 파괴하지 않고 불필요한 색소와 잔류 농약 등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올해 전체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나노기술 개발에 대한 비중을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