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파산기업 엔론의 한 고위 간부가 이 회사의 분식 회계 문제가 불거지기 두달전인 지난해 8월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회계상의 문제점을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은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이 서한의 작성자가 셰런 왓킨스(여) 회사발전담당 부사장으로 밝혀졌으며 왓킨스 부사장은 그후 레이 회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전했다. 전날 이 편지의 존재와 내용 일부를 밝힌 하원 조사위원들은 편지 작성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명이 되지 않은 7쪽짜리의 이 편지에서 왓킨스 부사장은 "우리가 회계 스캔들의 물결 속에 붕괴되지 않을까 엄청나게 불안하다"면서 엔론의 회계관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손실을 감추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제휴업체들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왓킨스 부사장은 앤드루 패스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관련된 제휴업체들을 "비밀의 베일"이라고 묘사하면서 "분명히 보통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관련업체들의 손실을 숨기고 있으며 장차 엔론의 주식으로 이 업체에 보상하게 될 것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편지는 제프리 스킬링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직후 작성됐으며 왓킨스부사장은 그후 CEO를 겸임하게 된 레이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을 설명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밝혔다. 그녀는 그러나 자신이 보낸 편지와 레이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엔론으로부터 제출받은 40상자 분량의 자료들 가운데이 편지를 발견했으며 왓킨스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엔론 및 엔론의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빈슨 앤드 엘킨스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편지는 레이 회장이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엔론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확언하던 당시에 회계 문제에 관한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타임스는 레이 회장이 이 편지를 받은 후 관련 내용을 조사할 것을 빈슨 앤드엘킨스에 의뢰했으나 조사 대상은 편지에 거론된 문제들로 한정하고 회계의 적정성여부로까지 확대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