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0일 미국 국방부에서 위치추적 관련 프리젠테이션이 열렸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스쿨버스에 위치추적 단말기를 장착하려고 하니 관심있는 회사들은 제품설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벤처기업인 크리텔(대표 최종하)이 퀄컴 같은 유명기업을 제치고 더 주목을 받았다. 퀄컴 등이 GPS위성(좌표위성) 및 통신위성을 활용해 1분 내에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에 대한 자랑을 늘어 놓았지만 크리텔은 단 12초 안에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크리텔은 세계적 회사들을 제치고 현재 미국 국방부와 제품 공급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자적인 기술 덕분이었다. 크리텔은 일반적인 위치추적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위치추적 기법이란 GPS위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로 차량 등의 좌표를 계산한 다음 통신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회사는 GPS위성의 도움으로 좌표를 계산하는 것까지는 다른 업체와 동일하다. 하지만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은 무선 이동통신 네트워크인 CDMA망을 활용한다. 통신위성을 이용할 경우 비용문제 때문에 데이터를 일정시간 동안 모아 한꺼번에 전송해야 하지만 CDMA망을 활용할 경우 리얼타임으로 자료를 보낼 수 있다. 그만큼 위치파악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다. 최종하 대표는 "GPS위성과 CDMA망을 접목시키는 것이 바로 크리텔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크리텔은 이같은 방식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와 제주도에서 지난해 5월말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위성콜택시''가 바로 이 서비스다. 손님들이 콜택시를 부르면 관제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콜택시를 자동호출해 배차한다. 무전기방식이나 통신위성을 이용한 콜택시보다 배차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됐다고 크리텔은 자부하고 있다. 진주시와 제주도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택시는 각각 3백대와 4백28대이다. 크리텔은 ''위성콜택시''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고 준비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울산시 택시회사들과 함께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대구시와 부산시는 각각 올 1월과 3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올 3월부터는 경기도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일대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다. 크리텔은 미국 국방부 프리젠테이션 이전에 이미 대규모 수출계약도 맺었다.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 통신회사 텔셀과 6백만달러 규모의 위치추적 시스템과 단말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텔셀은 차량도난 방지용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크리텔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초엔 미국의 데이터관리 전문회사인 디지털앤젤과 2천5백만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앤젤은 트레일러와 트럭 등 화물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크리텔의 위치추적시스템 및 단말기를 활용할 예정이다. 미 8군 소속 스쿨버스엔 내년 2월까지 단말기를 모두 부착하기로 돼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까지 주문받아 놓은 물량만 납품하더라도 올해 3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CDMA망뿐 아니라 GSM망을 활용하는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남미 등에 국한돼 있는 수출시장을 유럽이나 중국 등으로 넓혀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자본금 15억원짜리 벤처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커 나갈지 주목된다. (031)459-1700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