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개각 문제와 관련, "심사숙고중"이라고 말했다. 평소 개각 문제에 대해 "아직 생각한 바 없다"는 등 지극히 말을 아껴온 김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은 `개각''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김 대통령은 "현재 어떤 것도 수립된 것이 없다"며 개각의 시기와 폭 등에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기를 1년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4대 개혁을 마무리하고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은 물론, 각종 게이트로 헝클어진 국정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각의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며 이에 대해 김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음을 이날 회견에서 보여준 셈이다. 다만 김 대통령이 회견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 작년말부터 금년 초까지 매일 터져나오는 게이트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며 "그 문제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은 즉각적인 개각 보다는 `시간을 갖고 한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상황이 자꾸 바뀌고 있다"고 말해 각종 게이트 등의 수습 상황을 지켜 본뒤 최종 결심을 할 것임을 내비쳤다. 개각의 폭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견해가 서로 엇갈리지만 이한동(李漢東)총리를 포함한 조각 수준의 대폭 개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개각이 김 대통령과 함께할 마지막 내각 인선이 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지방선거를 앞둔 각료의 사퇴 및 정치불개입 의지에 따른 `비정치내각'' 구성 가능성등을 감안할 때 폭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또한 김 대통령이 이번 회견에서 `공정선거''를 강조한 것은 이번에 구성될 내각이 `선거관리 내각''의 성격도 띨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외교.안보팀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김 대통령이 "현재 팀이 의견을 나누면서 잘하고 있다"면서도 "여론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인사정책과 관련, "지연, 학연, 친소를 배제한 공정한 인사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공정인사를 다짐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인사정책은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가 한 인사정책이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사가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향후 공직인사가 어떻게 개선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