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해 올해 시중은행을 통해 학자금 9천5백억원을 융자해 주기로 했다. 대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이 4백60만원이라면 현재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중 5%인 20만명이 융자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자율도 작년에 비해 1%포인트 낮춰 연 9.5%로 결정했다. 이중 학생이 5.25%를 부담하고 나머지 4.25%는 국고에서 지원된다. 대학등록금 인상추세를 볼 때 앞으로 학자금 융자제도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에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 학자금 융자규모를 늘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융자규모가 커지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증가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학자금 대출은 만기 불일치 문제 때문에 크게 늘리기 곤란하다. 학자금 융자는 성격상 장기대출인 반면 은행은 대부분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재정부담도 줄이면서 학자금 융자규모를 대폭 늘리려면 미국의 ''샐리매(Salle Mae)''와 같은 학자금대출 유동화전문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학자금대출 유동화전문회사는 은행의 학자금 대출을 한 데 모아 여기에서 발생할 원리금 상환액을 기초로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다. 은행은 단순히 유동화전문회사의 융자지침에 따라 대출을 한 뒤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유권을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한다. 유동화전문회사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으로 채권의 원리금을 갚는다. 이 제도는 은행 예금이 아니라 채권을 통해 학자금 융자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현 제도와 다르다. 더욱이 채권 발행시 정부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신용보증을 해 주면 채권의 신용등급이 높아져 국채수준의 낮은 이자로도 대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대출자가 원리금을 못 갚으면 정부가 상환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대졸자가 학자금을 갚지 못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을 확률은 크지 않다. 개인신용정보에 대해 종합전산망이 마련되지 않았던 때는 학자금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다른 은행에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합전산망이 가동되면서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드러나자 졸업한지 수십년이 지난 사람들이 이미 손실처리됐던 대출금을 갚는 진풍경이 생겼다. 이를 보면 대출금 상환기간만 충분히 주면 회수율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유동화채권 발행시 정부가 신용 보증을 해 주더라도 실질적인 재정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학자금을 장기로 대출하려면 유동화채권도 장기로 발행해야 한다. 학자금 융자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가 채권의 수요자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활성화돼 국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경제성장이 촉진돼 연금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의 샐리매는 현재 자산규모가 5백30억달러로 미국 1백대 기업중 하나다. 미국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심이 강한 이유를 샐리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도 자립정신이 강한 대학생을 키우면서 중산층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려면 학자금 융자제도를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수단 이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 rhee5@plaza.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