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대대적인 금융구조조정을 경험했던 미국의 사례를 보면 공적자금 회수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도 80년대 중반부터 거의 10년간 대공황 때보다도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저축대부조합(S&L) 등 86년 3천2백34개에 달했던 금융회사들이 꼭 10년만인 95년말 1천6백45개로 절반 가량 줄었을 정도다. 80년대초 유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맞물려 금융회사들이 갑작스레 부실화된 탓이다. 부실금융 정리의 골자는 ''공적자금'' 투입. 89년 3월 들어선 조지 부시 행정부는 곧바로 8월 금융회사정리지원법(FIRREA)을 제정, 한국의 자산관리공사 같은 성격의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했다. 과감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86년부터 10년간 정리된 부실 저축회사만도 1천43개(총자산 5천1백90억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중 부실처리 비용으로 들어간 자금은 모두 1천5백30억달러에 달한다는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추산. 이중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재정지원 등 공적자금은 1천2백39억달러로 전체의 81%에 달했다. 나머지 2백91억달러(20%)는 업계 스스로 부담했다. 미국 정부가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회사를 약 4백개(총자산 2천억달러)로 파악한게 실수였다. 저축회사에 대한 검사 및 회계처리 통제 등 감독 소홀로 제때 정확한 자료를 획득하지 못해 실제 부실규모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시스템은 비로소 안정됐지만 자금 회수율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FDIC는 89~95년중 부실 저축회사로부터 인수한 자산 4천26억달러중 2000년말 현재 회수한 금액은 39.2%(1천5백77억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진한 회수율을 따지는 시비는 거의 없다. 부실은행과 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확실하게 물은데다 공적자금 투입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들어간 비용(Sunken Cost)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