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산업계에 특허열풍이 불고있다. 중국으로의 산업설비 이전 가속화로 산업공동화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 경제의 돌파구로 기술혁신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제조기지에서 로열티로 매출을 올리는 첨단기술 기지로의 변신이다. 대만은 과거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베껴서 싼 값에 파는 "모방회사"들의 전초기지로 통했다. 그러나 대만 기업들이 세계적인 설계 및 제조업체로 성장하면서 기술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는 연구개발 붐으로 이어졌다. 이 결과 대만은 지난 2000년에 미국 특허권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획득한 국가에 랭크됐다.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것이다. 10여년 전만해도 대만은 미국 특허권 획득 국가 순위에서 11위에 머물렀다. 대만의 특허열풍은 기업들에게 혁신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동시에 경쟁사와의 특허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대만 기업의 경영진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외국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특허공세에 무방비로 놓여있었던 것. 대만 기업들은 특허 침해소송을 당하고 많은 돈을 들여 분쟁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왜 특허가 필요한지를 절감하게됐다. 전자부품업체인 혼하이정밀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95년만 해도 미국 특허가 한건도 없었다. 그러나 5년 뒤에는 4백건으로 늘었다. 10여년간 경쟁사인 미국 AMP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만 해온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AMP를 인수한 타이코인터내셔널의 대만 자회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대만 법원에 냈다. 특허열풍은 반도체설계회사인 비아테크놀로지처럼 생산하지 않고 기술개발로 수입을 올리는 기업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비아테크가 지난 99년 처음으로 인텔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인텔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인텔이 새로운 특허소송을 제기했을 때 비아테크는 인텔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미국 특허를 54건이나 확보한 덕분에 가능했다. 분쟁이 어떻게 타결될지 알 수 없지만 비아테크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된 것은 분명하다고 법률전문가들은 말한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