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씨 로비의혹을 둘러싸고 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과 김정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거나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패스21''이 급성장한 배경과 관련해 윤씨의 로비 대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어 검찰수사 결과 윤씨를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연루의혹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우선 규명해야할 대목은 박 전 처장의 연루의혹. 검찰은 윤씨가 2000년 `새천년 벤처인과의 만남''과 청와대 공식만찬 등의 행사에 참석하고 패스21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박 전 처장이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을 지낸 만큼 두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박 전 처장은 "청와대 공보수석과 국정홍보처장으로 있을 때 윤씨를 집무실에서 3차례 정도 만났으나 주식을 받거나 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전 처장은 또 "윤씨가 집무실로 찾아와 만났을 뿐 누구로부터 소개받은 적이 없다"고 윤씨와 만나게 된 경위를 설명했으나 벤처업자가 청와대 공보수석을 소개없이 찾아가 만났다는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전 처장은 주변인사의 취직을 부탁했다는 윤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의 취업부탁을 받고 한명을 윤씨에게 소개했지만 그 사람은 친척이 아니며 취업을 부탁한 것도 아니다"고 말해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씨와 김현규 전 의원이 남궁석 전 장관을 만나 패스21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김정길 전 수석의 역할도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김 전 의원은 10일 검찰조사에 앞서 검찰 기자실에 들러 "김 전 수석의 소개로 남궁 전 장관을 만났고, 박지원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만난 적이 있으나 박준영전 국정홍보처장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궁 전 장관도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99년 11월 김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김 전의원에게서 전화가 오면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혀 김 전 수석이 다리를 놨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김현규 전 의원 소개로 행정자치부 장관 및 정무수석 재직 시절 윤씨를 두차례 만난적은 있지만 남궁 전 장관이나 박 전 처장 등에게 김 전의원이나 윤씨를 소개한 적이 없고 남궁 전 장관에게 전화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와 함께 김 전 의원이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윤씨를 소개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한 만큼 김 전 의원 조사를 통해 박 전 처장과 김전 수석, 남궁 전 장관 등의 연루단서가 확보되면 이들을 모두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이나 김 전 수석 등이 정통부 등 관계 부처에 청탁 또는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로 패스21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 사법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