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질주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아랑곳없이 오직 중국은 ''나홀로 고도성장''이다. 중국에 바쳐지는 찬탄과 헌사는 가히 태산을 이룰 정도로 많다. ''대륙의 질주''며 ''13억 인구의 부상''을 논하는 것은 말 그대로 단순한 수사학의 범주를 넘어선다. 과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 2002년에 던지는 한국경제신문의 두번째 질문은 ''중국의 부상, 대안이냐 재앙이냐''이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신시장이 펼쳐지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산업''을 송두리째 황폐화시킬 재앙의 진원이 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국의 제2의 교역국가로 급부상하는 것 등이 대안의 측면이라면 대만과 홍콩, 급기야는 일본의 제조업까지 초토화하며 아시아 투자의 블랙홀로 기능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분명 재앙의 측면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 있다.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좌표를 5대 포인트로 살펴본다. ◇ 질주하는 공룡 =97년 8.8%, 98년 7.8%, 99년 7.1%, 2000년 8.0%씩 성장해온 중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8%대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외환위기도 작년의 세계경기 침체도 모두 비껴갔다. 모건스탠리는 ''2001년 리포트''에서 중국을 ''세계 경제의 오아시스''라고 평가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게임을 유치한데다 연말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 국제 경제계에 전면 부상했다. ◇ 거품은 언제 터지나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 경제가 10차 5개년 계획기간(2001∼2005년)에 연평균 7.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과학원과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전망에 따르면 2005∼2010년에도 평균 8.1%, 이후 2015년까지 7.2%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방과 중앙, 해안과 내륙의 불균형 및 성장과 그에 따르는 모순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언제 그 모순이 터져 나올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하강 속도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 전체가 ''중국 혼란''이라는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 세계의 블랙홀 =중국 경제가 상승 기류를 탈수록 한국 산업의 국제적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TV 에어컨 세탁기 부문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가전생산국이 됐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36%, 50%, 24%. 미.일 시장점유율에서 한국과의 차이는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먼저 철강산업의 기술력이 2006년까지 한국과 대등해지면서 이때까지 일부 중화학공업과 고부가가치 산업도 한국 수준으로 따라온다. IT(정보기술)는 5∼10년내에, 자동차는 10년내에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달한다. 10년 이후에도 한국이 중국보다 우월할 분야는 반도체 정도로 보이지만 최근 이 부문에 대한 투자 추세로 볼 때 그나마도 장담키 어렵다. 결국 중국은 한국에 자국 시장을 내주는 대신 한국의 세계 시장을 모두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를 안겨준다. 중국은 전세계 직접투자의 3분의 1을 빨아들인다. 말 그대로 블랙홀이다. 앞으로도 매년 4백억달러 이상이 중국으로 밀려간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이미 중국의 질주에 영향을 받고 있다. ◇ 너무도 자본주의적인 =전세계적으로 6천만명에 달하는 화교경제 네트워크도 중국 경제의 발전을 지원하는 원군 구실을 한다. 국유기업이 통합 재편되면서 경쟁력 있는 대기업들이 출현했고 ''돈을 벌자''는 구호는 개인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시대정신이 됐다. 주식시장과 스톡옵션, 성과급을 도입하는데 아무런 주저나 장벽도 없다. 외자든 내자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익만 낸다면 모두가 환대하는 분위기다. 시장경제를 내건 한국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 올해가 주목된다 =올해는 대대적인 세대 교체가 예정돼 있다. 장쩌민(江澤民)의 3세대가 끝나고 후진타오(胡錦濤)의 4세대가 등장한다. 오는 10월 제16차 전당대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주룽지(朱鎔基)로부터 원자바오(溫家寶) 리창춘(李長春)에게 개혁 바통이 넘어간다. 문제는 경제 성장이 필연적으로 불러올 민주화에 대한 열기다. 이 역시 사회 불안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 불안의 전조다. 우리로서는 중국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처가 긴요하다. 과도한 중국 열기와 지나친 경계감 모두 금물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 [ 자료협조 : 삼성경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