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10년여만에 첫 암달러 시장이 들어섰다. 신정부가 달러-페소 1대 1의 고정환율제를 폐지하면서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이후 암달러 시세는 달러당 1.3-1.5페소로 정부가 무역결제용 등으로만 한정시킨 1대 1.4 수준과 비슷하게 운용되고 있다. 지난 91년 1대 1 페그제가 도입되면서 사라졌다가 부활한 달러 암시장이 얼마나 계속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3주째 폐쇄시킨 외환시장이 공식 재개되면 없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반면 시장이 재개돼도 달러에 대한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암시장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아르헨에서는 뭐하나 제대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자신의 이름을 구스타보라고 밝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암달러상은 달러 환율을1.3에서 1.5로 부르고 있다면서 "증권가의 큰 손들도 측근을 시켜 대규모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로 성공했으나 거래가 뜸해지면서 암달러상으로 변신했다는 그는 "달러 사용이 규제되면서 부동산 거래도 뜸해졌다"면서 "돈있는 사람들이 현재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스타보는 지난 87년 아르헨의 초인플레 사태를 통해 난국을 수습하는 `지혜''를 터득했다면서 사람들이 달러를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구스타보는 외환시장이 재개되면 암달러 시장이 서리를 맞지 않겠느냐는 질문에"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달러가 공개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을 훨씬 초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환전소에서 일하는 관계자도 "거래가 재개되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페소화마져 없는 사람도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에 대한 선호는 상점도 마찬가지다. 달러로 돈을 내면 아예 가격을 20% 할인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환율을 암시세에 못지 않게 1.5로 적용하는 곳도 많다. 레스토랑의 경우 아예 `평가절하된 메뉴''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