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운명을 결정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3차 협상이 본격 개막됐다. 양측은 이달내에 MOU(양해각서)까지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인수가격, 대금정산 방법, 공장 위상 등 핵심 쟁점 사안을 놓고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은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을 분리 매각하고 마이크론의 주식 등을 받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을 인수해 별도의 신설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사업을 분리한 뒤 비메모리가 주력이 되는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측으로부터 19.9%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며 이와는 별도로 제3자로부터의 투자 유치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D램 가격상승이 협상에 호재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D램 사업부문을 얼마에 인수할지가 가장 큰 쟁점. 최근 D램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로서는 유리한 입장이 됐다. 하이닉스측은 가치 산정의 기초 자료들이 D램 가격이 바닥권에 있을 때 작성된 만큼 최근의 가격 상승분과 향후 상승 전망치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설비 가격뿐만 아니라 영업권 등을 반영, 10조∼12조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측은 해외 언론을 통해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실기업 인수의 사례로 간주해 설비가격 이하로 지불하겠다는 태도다. 이달중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이같은 시각차를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양측의 재정 자문을 맡고 있는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가치를 산정하고 있어 가격 산정이 협상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 대금 정산 방법 =마이크론은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 주식과 부채 인수를 중심으로 대금을 정산하는 방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일단 D램 분리 이후 매출이 1조원 남짓인 점을 감안해 부채도 그 정도 수준으로 낮추려고 시도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자전환 후 부채 약 6조5천억원중 5조5천억원 정도를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하이닉스의 미국 유진공장 자체 차입금(약 1조원)이 우선 마이크론측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 하이닉스의 기능 유지 =마이크론이 인수하려는 하이닉스의 D램 공장은 이천의 전용팹(Fab.단위공장) 2개, 청주와 미국 유진의 전용팹 각 1개, 이천과 청주의 혼용팹 2개중 1∼2개 등 모두 5∼6개 수준이다. 하이닉스특위측은 마이크론이 인수한 후에도 기능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데 최대한 역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론의 이탈리아 및 일본 공장 등에 비해 하이닉스 공장의 기술 수준과 운용 상태가 우수한 만큼 공장 폐쇄 등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자위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기능과 마케팅 기능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게 특위의 목표이지만 마이크론은 가급적 이들 기능을 본사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