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아(대표 이판정)는 국내 최초로 한글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개발해 서비스 중인 유망 벤처기업이다. 이 서비스는 아주 간단하지만 한민족의 소중한 재산인 "한글"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인터넷 주소란에서 "http://~"도 칠 필요 없이 바로 한글만 치면 해당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서비스다. 한글도메인 서비스인 셈이다. 예를들면 인터넷 주소란에 "한국경제"나 "한국경제신문"을 쓰면 한국경제신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ankyung.com)로 바로 연결된다. 복잡한 영어를 자판으로 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영어가 판치는 인터넷에 한글 세상을 연 것이다. 이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에는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국내 대형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사업자가 참가하고 있다. 1천9백만명 이상이 한글 인터넷주소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중이다. 네티즌들이 한글로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는 경우가 하루 7백만건에 이른다. 1999년 5월에 하루 8천5백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넷피아는 지난해를 한글인터넷 주소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MS가 지분 출자한 리얼네임즈와 치열한 한글 키워드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긴 셈이다. 결국 넷피아는 한글사용에 대한 막대한 로얄티 유출을 방지하고 "한글 지킴이" 역할을 굳게 해내고 있다. 이 서비스는 비영어권 국가의 자국어 인터넷 사용환경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넷피아는 일본 중국 태국 유럽 등 비영어권 국가에 자국어 인터넷 기술 수출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세계 시장에서 자국어 인터넷주소 표준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판정 대표가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영어도메인 대신 보다 편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우리한글로 해보자는 순수한 의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이 사업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았다. 많은 남북관련 학자와 국어관련 학자를 만나면서 그 중요성을 더 심각하게 알게 됐다. 이 대표는 "문화적 민족적 부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벌써 해당 특허와 모든 아이템을 경쟁사에 팔았을 것"이라며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자손대대로 인터넷상의 한글 이름을 거대 다국적 기업에 돈을 주고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해 12월 제25차 정보통신표준총회에서 넷피아의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실상 국내 인터넷주소의 표준으로 인정했다. 한국의 표준이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간다는 첫 신호탄이다. 이 대표는 이 성과를 얻기까지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경쟁기업과의 치열한 싸움도 어려웠지만 한글인터넷 중요성에 대한 사회전반의 무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5~10년만 지나면 누구나 인터넷 주소를 한글로 쓰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02)3665-0123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