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 정치권은 대선을 둘러싼 논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온갖 비리.부정의 게이트들은 날이새면 새로운 게이트로 바통을 넘기고 나라의 눈들은 온통 내부로 내부로만 근시화(近視化)돼가고 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국제사회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쌓여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히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남미경제를 또다시 혼돈으로 밀어넣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세의 변화는 앞으로의 10년 또는 그 이상을 결정할 역사적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신문은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이 중대변화를 다섯가지 주제로 정리한다. 이 다섯가지 변화상이 앞으로 한국경제의 진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 우선 주목할 것은 일본경제의 침몰 또는 회생 여부다. 일본 경제가 ''재생의 전기를 잡을 것이냐''는 질문은 일본형 발전도식, 나아가 그것을 빼닮은 한국형 경제개발의 장기적 생존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다음 질문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중 지도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고도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테스트 받는다. 지난해에도 7.3%의 고도성장을 질주한 중국이 과연 ''대안이 될 것인지, 재앙이 될 것인지''도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신시장인지 아니면 블랙홀이 되고 말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에 서 있다. 90년 냉전붕괴 이후 지속돼 왔던 미국의 단극(單極)체제가 유로랜드의 부상과 문명충돌 양상의 종교대립 속에 막을 내릴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을 끈다. 유로화의 통용과 유럽의 부상이 미국의 단극구조를 무너뜨릴 것인지, 또 이 과정에서 미국식 질서와 보편주의(Pax Americana)에도 일단 제동이 걸릴 것인지가 역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세번째 질문이다. 신경제는 과연 언제쯤 부활의 날갯짓을 할 것인지, 또 세계경제는 지역화로 내달려갈 것인지, 광역화·세계화로 뻗어갈 것인지도 중차대한 관심사다. 아직 단 한 건의 지역주의 동맹을 갖지 못한 한국이기에 지역화냐 광역화냐는 질문,다시 말해 원심력이냐 구심력이냐의 문제는 우리에게 사활적인 의미를 갖고 등장해 있다. 이 기류를 잘못 올라타면 우리는 1백년 전에 그랬듯이 역사의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이제 눈을들어 밖을 보자. 밖을 알아야 안에서도 옳은 선택을 할수 있지 않겠는가.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