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새 정부가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위해 페소화를 평가절하하고 페소화와 달러화의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잠복해 있던 `초(超)인플레이션''이 재연될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경제 D-데이(평가절하일)의 낙진에 직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민들이 창고형 슈퍼마켓에서생필품과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31세의 한 음악교사는 회계사 남편과 함께 쇼핑카트에 커피와 쇠고기를 한가득싣고도 전구와 콜라를 주워담았으며 사람들은 컴퓨터와 스테레오, TV를 사기 위해길게 줄지어 섰다. 사서인 파울라 카르도소(57)씨는 "파산했지만 D-데이가 오기 전에 물건을 사려한다"고 말했다. 10년전 연 5천%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때에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민들은 점원이 오른 가격표를 붙이기 전에 물건을 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장에 몰려들었다. 포스트는 아르헨티나에서 전례없는 통화안정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으며 많은 이들이 인플레이션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전문가들은 페소화 평가절하가 적어도 수입품에서는 높은 가격을 의미하겠지만 여전한 경기침체 때문에 초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은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일종의 신화처럼 여겨지고 있다. 까르푸 매장에서 950달러짜리 컴팩 컴퓨터를 사는데 예금을 몽땅 털어부은 한대학생은 "아버지께서는 일과후에 가격이 어떻게 오를 지 모르기 때문에 아침에 야채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또 바가지 요금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겨 왔다. 의회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때문에 아직 페소화가 평가절하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제과업자들은 밀가루 가격 인상에 대비해 빵 가격을 30% 올려 책정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급격한 인플레를 말하는 `초 인플레''는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44%에 달하는 빈곤층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들은 예금고도 없고 대처할 수단도 없다. 더구나 예전의 초인플레이션기와는 달리 현재는 경기침체로 유례없는 18.3%의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인플레이션이 닥칠 경우 상황은 더욱 참담해질것으로 보인다. 에퀴스 컨설턴츠의 경제학자 아르테미오 로페스씨는 "경제학 이론으로 보면 깊은 침체기에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그 이론은 증명된 적이 없다. 경제가 아니라 국민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