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하원은 6일 새벽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에게 페소화 평가절하와 경제재건 등을 위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긴급 경제복원 법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21항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두알데 대통령에게 ▲수십년간 지속되온 페소화와 달러화 고정환율제(페그제) 폐지 ▲은행 시스템 개혁 ▲가격 통제 ▲국내산업 및 고용시장 보호 등을 위한 특별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아르헨티나가 기존의 고정 환율제와 자유방임형 시장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 정책상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법안은 페소화 환율에 대해서는 언급치 않고 있지만 관리들은 페소화가 금융및 기업 거래 분야에서는 달러당 1.4, 공개 시장에서는 그 이상의 환율로 거래될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 법안은 또 아르헨 가정들을 위해 10만달러 미만의 부채에 대해서는 1:1의 페소대 달러 환율로 변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재 달러화로 부과되는 전기.상수도.가스 요금도 1:1의 고정환율로 페소화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업들에게 180일간 해고를 금지하도록 하는 한편, 임원들을 해직하는 기업들에는 곱절의 보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부채를 고정 환율로 지급함으로써 은행들이 입게되는 환 손실은 경화로 발행되는 국채와 석유수출세를 통해 보상받도록 했다.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조항은 지난해 하반기 하루사이에 전국 은행에서 20억달러의 달러화가 인출된 것과 관련, 금융권의 혼란을 우려해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前) 대통령이 지난 12월 1일 도입한 은행 계좌 부분 동결조치에 대한 확대조항으로,이 법안은 동결되는 예금을 일시적인 은행 예비비로 활용하기로 했다.

호르헤 레메스 레니코프 신임 경제장관이 주장한 이중환율제 역시 경제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으며, 많은 아르헨 국민은 벌써부터 지난 1980년대의 통화 혼란과 슈퍼 인플레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하원은 이 법안을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6일 새벽 1시(한국시간 6일낮 1시) 승인했다. 상원은 6일 오후 이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하원과 마찬가지로 상원도 두알데 대통령이 소속한 페론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은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2주째 5번째의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지난 3일 정식 집무를 시작한 두알데 대통령은 4일 이 법안을 상정하면서 약 4년간의 경제 침체로 황폐화된 은행, 통화 및 정치 기관들의 취약한 경제 기반을 복원할 수 있도록 특별한 권한을 자신에게부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하원의 5~6일 법안 검토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재정 적자가 당초국제통화기금(IMF)와 약속한 수치의 배에 가까운 1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드러났으며, 호르헤 카피타니치 내각 장관은 현지 라디오를 통해, 세수입이 급전직하해 "충격적인 수준"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아르헨티나가 110억달러의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IMF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IMF는 이미 지난해 12월 전 정부가 균형 예산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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