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신흥시장의 금융위기 대응정책은 중대변화를 겪고 있으며 아르헨티나가 사실상의 국가부도사태에 이르도록 방치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주는 조치라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에는 미 행정부가 "경제적 전염"을 우려해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금융위기 때 기꺼이 자금을 지원해줬으나 지금은 국제시장에서의 `대마불사'' 원칙을 깨뜨리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일 경우 재정적, 정치적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이 항상 대책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국제자본의 기대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전 당시에도 이와같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첫번째 시험대가 됐던 터키 금융위기를 맞아서는 안보팀의 강력한 건의를 받아들여 구제금융 제공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미국이 금융위기에 소방수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시장은 미국의 금융지원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의도된 조치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백악관과 재무부 관리들의말을 인용해 풀이했다.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와같은 메시지가 개발도상국의 관리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지원에 기대기보다는스스로 문제를 해결토록 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 테일러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는 "이는 예전과는 다른 접근법이지만 우리는 이처럼 다른 접근법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채권보유자들에게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또 클린턴 행정부 관리들이 금융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해 정책적 조언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폴 오닐 재무장관을 비롯한현 정부 관리들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해당국이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오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라고 밝혔다. 타임스는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접근법이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만 해도 새 정부가 지난 10년간 IMF의 지원을 받으면서 감수해온 엄격한 재정, 금융 통제와 자유시장 정책을 포기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