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배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정부내 의견대립으로 표류하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외국인투자 장려 제도의 골격이 일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잃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규제완화 홍보는 요란했지만 결과는 공수표가 되고만 것.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일선 행정기관에 긴급 지침을 전달하는 등 임시처방을 내렸지만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11월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관련부처와 정책협의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골자는 성장관리지역 내에서 공장을 신.증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규제중 일부를 완화하는 것. 우선 외국인투자 기업들이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고 신증축을 허용하는 시점을 2001년 말에서 2004년 말로 3년간 연장했다. 개정안은 또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해 주는 범위를 현행 24개 업종에서 28개 업종으로 확대했고 외국인 지분율 요건도 51%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같은 내용은 발표 당시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하는 등 규제완화의 큰 성과로 내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부처간 협의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의견을 들고 나왔다. 규제를 완화하면 자기 지역의 외국인투자가 줄어든다는 이해타산 때문이었다.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도 지자체들을 거들고 나섰다. 결국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는 물론 차관회의에도 올리지 못한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은 일몰조항에 의해 자동적으로 폐기됐다. 일선 시.군.구는 외국인투자기업이 공장 신.증설을 신청해 오면 불허통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꼴. 산자부는 시.군.구에 '외국인 투자가 접수되면 불허 통보를 하지 말고 일단 보류하라'는 지침을 긴급히 시달했다.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긴 하지만 예외조항의 시한연장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으므로 공장 신.증설 신청이 들어오면 일단은 받아달라"는 것. 이같은 지침은 그러나 개정안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 법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작년 연말 경제장관간담회까지 열어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인 만큼 무기한 표류 가능성도 크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