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가 1월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3억4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유럽 12개국에서 공식화로 일제히 통용된다. 유로화 출범 3년만의 일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 공식통용을 위해 150억유로가 넘는 지폐와 500억유로 분의 동전을 찍었다. 현재 유로권 12개국에 대한 1차 배포가 끝난 상태다. 유로권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내년 2월 28일까지 유로와 기존의 마르크 혼용을 허용한다. 현재의 스케줄로는 내년 3월 1일부터는 유로권 전역에서 기존 통화를 사용할 수 없다. 이후 7월부터는 무료 환전마저 중지된다. 이때부터 유로화가 아닌 구유럽 통화들은 사실상 휴지가 되는 셈이다. 역내 지도자들은 유로의 성공적인 통용을 장담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30일 독일 일간지 빌트 회견에서 "2차대전 후 마르크가 번영을 주도했듯이 유로도 국제통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팝그룹 비틀스의 '헬로-굿바이' 가사를 인용하면서 "이제 유로를 힘차게 맞이하자"고 강조했다. 유로권 2대 경제국인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재무장관도 이날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로권의 경제력이 유로의 대(對)달러 가치를 크게 뛰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쉬에셀 총리도 오스트리아 일간지 쿠리에 회견에서 "유로권이 단일통화정책을 갖고있지 않았다면 9.11 테러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로 지폐와 동전이 공식 통용되기 시작해도 정착되기까지 여러 달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다. 곳곳에서 부작용 가능성도 여전히 우려된다. 독일의 경우 내년 2월 28일까지 마르크와 유로가 혼용되도록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그러나 무난한 혼용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빌트는 적지않은 소매점들이 이 기간에 마르크를 받지 않을 태세라고 보도했다. 독일 서부 에센의 한 술집 주인은 "손님이 환전을 위해 일부러 마르크를 내면 유로로 잔돈을 줘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되면 장사에 지장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무료 환전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업소들이 혼용 기간에 마르크도 받도록 거듭 주지시켜왔다"면서 "규정은 지켜야 한다"고 다시한번 지적했다. 그러나 베를린 근교도시 포츠담의 경우 시 자체가 내년부터는 마르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가 뭐라든 독자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시차 때문에 유로권에서 제일 먼저 유로 지폐와 동전이 공식 통용되는 곳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레위니옹이다. 이름 그대로 '다시 합친다'는 뜻이다. 유로권 다른 지역에 비해 3시간 빨리 통용이 시작된다. 핀란드와 그리스의 지중해 유역은 이보다한시간 늦게 유로가 통용되기 시작한다. 역내에서 통용이 가장 늦게 시작되는 곳은 프랑스령 지중해 섬들인 마르티니크와 과들루프가 된다. 전문가들은 유로 공식 통용이 멀게는 로마시대 이후, 가깝게는 2차대전 후 이어진 유럽의 재결속 노력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마르크가 대전 후 이 나라를 재건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듯이 유로도 역내결속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유로 공식 통용을 빌미로 물가가 뛸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유로가 성공적으로 통용돼 역내국간의 세제가 순조롭게 융화되며 빈부차도 해소돼야 한다는 성급한 기대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로 출범 후 역내 인플레가 진정됐으며 금리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유지돼왔다는 긍정적인 입장도 제기된다. 또 유럽연합(EU)이 중부 및 동부 유럽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유로가 공식 통용되는데 대한 기대도 크다. 로마시대 이후 유럽에서 가장 넓은 지역으로 통용되는 수단이 된 유로가 과연 '유럽단일 경제정부'의 꿈을 실현시키는 확고한 발판이 될지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