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의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은 27일 카타르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경제를 집중 타격하라고 선동했다. 알 자지라는 전날 사전녹화된 빈 라덴의 테이프를 발췌해 보도한데 이어 현지시각으로 이날 밤 33분 길이의 전체 테이프를 방영했다. 빈 라덴은 이 테이프에서 "미국의 군사력의 기반은 경제에 있으며 경제가 붕괴될 경우 미국은 피억압자들을 더이상 예속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면서 "모든 수단을동원해 미국 경제를 타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 라덴은 이어 자신과 추종자들이 사라진다 해도 아랍권 국가의 각성이 시작되고 있어 미국의 종말도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테이프에서 빈 라덴은 이전에 비해 창백하고 지친듯해 보였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또 9.11 테러는 "탈레반 전사 19명이 미 제국을 뒤흔든 것"이라고 칭송하고, "축복받은 이번 테러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범 19명 모두 아랍인이며 이중 살렘과 나와프 알-하지미 형제와 칼레드 알-미다르등 15명이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이고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아타와아랍에미리트연합(UAE)인 2명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범들이 적진인 미국의 한 복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적들의 비행기를이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9.11테러가 미국의 불의(不義)에 대한 응전이고 미국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칭송을 받을만하다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의 한 대변인은 문제의 빈 라덴 테이프가 "테러 선전용"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이 반 탈레반군의 지원하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빈 라덴 추적작전을벌이고 있지만 그의 행방이 갈수록 묘연해지고 있는 가운데 녹화시기와 장소가 불문명한 이 테이프가 방영됨으로써 그의 생사여부나 소재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빈 라덴은 이 테이프에서 "전세계 무신론자들과 그 선봉장인 미국에 대해 신성한 공격을 감행한지 3개월, 이슬람을 겨냥한 십자군 전쟁이 시작된지 2개월이 지난시점"이라고 말하고 있어 이 테이프가 지난 7일쯤 녹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아프간 국방부의 모하마드 아빌 대변인은 빈 라덴이 아프간을 탈출해 지난1990년대 중반 탈레반의 집권을 지원한 한 과격파 이슬람지도자를 지지하는 `자미아트 울레마-이-이슬람'정당의 비호 아래 파키스탄내에 은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의 리처드 맥그로 대변인은 이를 확인할만한 만한 정보를갖고 있지 않다면서 "그(빈 라덴)가 아프간 또는 파키스탄에 있는지, 또 그가 죽었는지 아니면 살아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에 동조해온 종교정당으로 파키스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이 당의 한 고위 지도자도 빈 라덴 비호설을 부인했다. 한편 빈 라덴 테이프를 지켜본 많은 아랍계 시청자들은 조잡하게 제작된 이 테이프가 날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랍계 시청자들은 갈색천을 배경으로 녹색의 군위장복 차림을 하고 있는 빈라덴이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른손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철저한 금식기간인 라마단중에도 무언가를 먹듯 끊임없이 입을 웅얼대고 있다면서 날조된 테이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는 오른손이 왼손보다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빈라덴이 과거 오른손으로 모종의 제스춰를 취한 적도 있다고 미연방수사국(FBI)은 지적하고 있다. (도하 AP.AFP=연합뉴스) y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