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해를 맞았던 전세계 반도체산업이 내년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회복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들어 PC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과 주요 시장조사기관은 재고누적, 수요부진,낮은 제품가격, 기업들의 하드웨어 구입기피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빠른 회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메리 올슨 수석애널리스트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반도체 산업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은 4%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제로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슨 애널리스트는 무선데이터, 네크워킹, 무선 쌍반향 반도체 부문 등은 내년 성장잠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전망했다.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발표를 통해 올해 전세계 반도체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3%나 감소한 1천520만달러에 그쳐 `사상최악의 해'로 기록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보다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SIA는 최근 전망발표에서 전세계 반도체산업의 매출이 내년 6% 증가에 이어 오는 2003년에는 21%나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DC의 셰인 라우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내년은 올해보다는 나쁘지 않을것으로 보이지만 업체들은 매출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상반기까지는 손실이 이어진뒤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의 롭 에델 애널리스트도 "내년은 최소한 올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이나 회복의 시작은 내년말께가 될 것"이라고말했다. 업체별로는 최근 올 4.4분기 수익전망을 상향조정한 인텔이 내년 가장 뚜렷한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IDC의 라우 애널리스트는 "인텔은 올해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신규설비와 공정 업그레이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내년 수요가 회복될 경우를 충실히대비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텔의 최대 경쟁업체인 AMD도 내년 노트북PC용의 애슬론4 칩을 중심으로 성장가능성이 크며 올해 D램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05930]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라우 애널리스트는 "특히 마이크론의 경우 최근 일본 도시바의 D램부분을 인수한 것이 반도체업계의 전반적인 공급조절과 함께 시장에서의 가격주도력을 한층 강화시킨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