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에게 경영상의 잘못을 이유로 9백7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삼성을 비롯한 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경영상의 판단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기업의 경영진이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는 등 기업 경영에 많은 애로가 발생할 것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 기업의 경영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데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사례들은 이사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경영판단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는 견해다. 또 최근 수년동안 경영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외환위기 이전에 발생한 이번 사례들은 당시 경영환경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사업 추진이 위축되고 기업가 정신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사건의 경우 "법원 판결을 이해하지만 이사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닌 만큼 이사들을 단죄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기업이 특혜를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방어적인 차원의 행위였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지 2년만에 퇴출된 이천전기의 경우는 이사들의 순수한 경영판단이었던 만큼 법으로 단죄하는 것은 무리라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회사를 지원하거나 인수하는 것은 거래의 안정성을 위해 피할 수 없다는 것. 종합화학에 대한 거래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각 그룹들이 화학업종 진출과 육성을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꼽아 추진했던 것으로 지금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재계는 이번 삼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비슷한 환경에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이번 판결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삼지 않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