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한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엔론사(社)와 이 회사인 케네스 L. 레이 회장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정치권에 로비해온 것으로 밝혀져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레이 회장이 정치자금 모금에 기여한 공로로 백악관에 초대돼 하룻밤을 묵었으며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엔론과 레이 회장이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의회와 백악관, 감독관청 등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엔론과 현 부시 행정부 및 공화당과이 매우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으며 레이 회장과 종업원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57만2천350달러를 기부했는데 이는 다른 여타 기업들의 기부금 액수를 훨씬 능가한다. 또한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엔론의 주주이거나 자문으로 활동해왔다고 포스트는 밝혔다. 레이 회장과 여타 회사의 간부들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정당에 아무 제한없이 제공할 수 있는 자금인 '소프트머니' 170만달러를 정치인들에게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공화당 소속의원들에게 건네졌다. 엔론의 소프트머니 제공은 1995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93-94년 13만6천달러였던 소프트머니 기부액수가 96년 68만7천달러로 급증한데 이어 2000년에는 170만달러로 늘었다. 레이 회장은 이같은 정치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워싱턴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올해 초에는 딕 체니 부통령을 사적으로 만나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협의하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들의 인선문제에도 입김을 불어넣었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론의 로비파문의 부담이 덜한 민주당은 의회에서 엔론 문제를 십분 활용, 공화당을 당혹스럽게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엔론과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의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그램 의원은 자신이 은행위원회 의장으로 있을 때 엔론의 에너지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연방정부의 감독을 면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그의 부인인 웬디 L.그램 여사는 엔론의 이사로 활동해왔다. 공화당은 엔론 파산으로 문제가 복잡하게 비화될 것을 우려, 지난 11월 엔론으로부터 제공받은 10만달러 수표를 되돌려 줬으며 지난 주에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모임이 6만달러 기부금을 엔론측에 반환했다. 그러나 엔론의 선거자금과 소프트머니는 비록 규모는 크지만 모두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에 따라 제공된 것이어서 불법은 아니라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