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2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창업주의 자제들이 회장 또는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탄탄한 경영솜씨를 보여주거나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2세 시대의 문을 연 40대 선두기업인은 동성화학의 백정호 회장(43).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노스롭에서 MBA를 취득한 뒤 지난 81년 기획과장으로 입사했다. 차장 부장 이사 등을 차례로 거친 뒤 8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고 95년 작고한 부친 백제갑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백 회장은 주력상품인 접착제와 폴리우레탄 제품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멕시코에서 잇따라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IMF사태 당시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접착제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육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월타올 박병대 사장(42)은 건축내장재 회사인 간파의 대표를 거친 뒤 지난 92년 9월 송월타올 총괄이사로 입사했다. 박동수 회장(83)의 막내인 박 사장은 96년 중국 청도송월모건유한공사 대표를 거친 뒤 97년 송월타올 대표로 취임, 회사를 지휘하고 있다. 30대 기업 2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고려노벨화약 최경훈 사장(37)은 최칠관 회장(62)의 장남. 일본 와세다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97년 고려노벨화약의 계열회사인 산양공업의 이사로 입사한 뒤 99년 고려노벨화약 대표로 취임, 최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화승그룹의 2세들도 주요 보직에서 활약중이다. 장남인 현지호씨(31)는 지난 96년 8월 화승의 기조실에 입사, 영업총괄팀을 거친 뒤 전무로 일하고 있다. 둘째인 석호씨(29)도 97년 7월 T&C 홍콩법인에 입사한 뒤 현재 화승인더스트리 상무로 근무중이다. 흥아타이어와 넥센타이어 회장인 강병중 회장(62)의 외아들인 호찬씨(31)는 올 초 증권회사 근무를 마감하고 넥센타이어 재경팀 과장으로 입사해 현재 생산관리팀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명진TSR 조용국 사장(64)의 장남인 희영씨(35)도 지난 95년 기획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한 뒤 부장 등을 거쳐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기업인들이 60세를 넘어서면서 경영권 이양 차원에서 2세들을 최전방 직위에 배치하는 현상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