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실생활 사용은 동시 불황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에 하나의 선물이다. 유로화 통용의 부수적인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지하에 잠들어 있는 대규모 음성 자금이 유로화 유통을 계기로 양성화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환리스크가 없어짐에 따라 기업들의 금융거래 비용절감 및 투자확대 효과가 예상된다. 역내 상품가격 투명화는 내수시장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지하자금 양성화 =최근 유로랜드 회원국들은 새 화폐로 전환될 지하자금 양성화 임시 특별법을 잇달아 발표했다. 비실명 환전 보장, 세무조사 및 형사처벌 면제 등이 특별법의 주요 내용들이다. 불법 해외유출 자금과 국내 지하자금의 합법 전환을 통해 소비시장과 증시를 살려 경기 회복을 꾀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지하자금 규모가 1천5백억~2천억프랑으로 추정되는 프랑스는 6개월간 돈세탁 방지법 적용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기존 화폐와 유로화 병행 사용기간 마지막 날인 2월17일까지 비실명으로 횟수에 상관 없이 프랑화를 유로화로 환전할 수 있다. 비실명 환전액 상한선이 4만9천9백90프랑으로 정해져 있지만 여러 은행과 환전소를 통하면 원하는 대로 새 화폐와 교환할 수 있다. 이 조치로 지난 두 달간 주 평균 30억프랑의 지하자금이 프랑스 중앙은행으로 입금돼 12월15일 현재 총 7백억프랑이 금융제도권으로 들어 왔다. 유로랜드에서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이탈리아 역시 음성자금 양성화 임시 특별법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세금을 피해 해외로 불법 유출된 자금의 역유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2월말까지 소액 비실명제 환전과 함께 세무조사와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해외로 빠져 나가 있는 지하자금이 약 5천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하는 8백억유로가 향후 2개월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 환리스크 제거로 기업 투자확대 =유로화의 실생활 유통으로 역내 환리스크가 사라져 기업들의 금융거래 비용이 크게 줄게 된다. 지난 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이미 유로화 거래가 가능했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았다. 유로화 거래에 필요한 회계 규정 및 재무제표 변경 등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용이해져 외국인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리스크 소멸로 인한 역내 무역거래 활성화와 기업투자 증가는 유로랜드의 경기회복 시기를 앞당기면서 회복세도 좀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역내 상품가격 하락 =12개 국가의 모든 상품 가격이 유로화로 매겨지는 까닭에 동일상품 가격의 비교가 용이해져 가격이 하향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상품 가격의 유로화 전환을 틈탄 상인들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소비자 단체들의 물가 감시 및 단속 강화로 물가인상 여지는 많지 않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