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저금리시대 돌입 (2) 공적자금 파문 (3) 최악의 취업난.청년실업 (4) IMF 조기졸업 (5) 국민.주택은행 합병 (6) 이용호게이트 등 벤처 비리 (7) 급등락 보인 증시 (8) 수출 10개월째 감소 (9) 정주영 현대회장 별세 (10) 반도체 가격 전쟁 ----------------------------------------------------------------- 고금리만 두려운줄 알았던 한국인들이 저금리의 무서움도 깨친 한해였다. 외환위기로 빚어진 금융.경제위기의 후유증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는지도 공적자금의 중간결산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와중에 벤처의 탈을 쓴 사이비 기업가들이 개입된 각종 게이트들이 줄을 이었다. 주가는 칠흑같은 바다를 출렁거렸다. 올해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강한 충격파를 준 것은 역시 초저금리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비롯된 현상. 연초 연 5.25%였던 콜금리는 4%대까지 떨어졌다. 물가를 감안한 실제 이자소득이 마이너스로 내려선 시대.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자금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쓸려다녔다. 기업들은 한숨 돌렸지만 이자소득자들의 타격이 컸다. 저성장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꽁꽁 묶었고 이는 결국 사상 초유의 청년실업과 취업난을 불러 왔다. 기존 인력까지 줄여야 하는 터에 신규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45만명 대졸자들이 6만개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아귀다툼은 새해엔 물론 앞으로 수년간 계속된다는 전망이다. 1백50조원 투입에 25%를 밑도는 회수율을 기록한 공적자금도 논란을 불렀다. 감사원은 연초부터 특별감사에 돌입, 수조원의 자금이 오남용됐다는 특감 결과를 내놓았다. 공자금 특감의 후폭풍은 내년에도 경제.정치의 최대 현안으로 계속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공자금 투입등에 힘입어 금융회사들은 사상 유례없는 이익을 냈고 우리나라는 외형상 IMF를 조기 졸업하게 됐다. 지난 8월23일 마지막 IMF 차입금을 갚았고 곳간에는 1천억달러의 외환보유액도 쌓아놓고 있다. 97년 외환위기국들중 오직 한국만이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었던 대형 합병은행의 바람은 올해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결실을 맺었다. 세계 68위권의 대형은행이 탄생한 것. 이 과정에서 김정태 행장은 올해의 스타 경영자로 떠올랐다.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상반기 내내 시끄럽게 했던 G&G그룹의 이용호게이트는 수지김 살해사건으로 불거진 패스21의 윤태식게이트로 바톤을 넘겼다. 지난해 불거져 나왔던 진승현게이트도 무덤속에서 다시 살아나 국정원과 사정당국의 최고실력자들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갔다. 국내 증시는 올해 유난히 급등락을 반복했다. 외국인들의 손짓 하나로 하루에도 수십포인트가 오르내린게 2001년 한국 증시다. 기관투자가들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개미(개인)들은 애간장을 녹일 수 밖에 없었다. 주식시장만 불안한게 아니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0개월째 하락, 이러다가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이냐는 우려를 낳고도 있다. 수출 급감에는 반도체 가격의 폭락과 업계의 가격전쟁도 한몫했다. 하이닉스는 결국 미 마이크론과 전략적제휴를 택했다. 적과의 이 동침은 내년쯤 결혼(합병)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아직은 살아 있다. 다사다난 속에 한국 경제계의 큰 별도 사라졌다. 현대그룹 창립자 아산 정주영 회장은 지난 3월21일 신화를 남긴채 역사속으로 들어갔다. 정 회장의 작고로 현대그룹은 분가에 가속도를 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