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독일의 인피니언으로 추정되는 제3 업체간 접촉은 하이닉스의 입장에서 보면 말그대로 양수겸장의 카드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내민 카드일 수도 있고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카드 일수도 있다. 마이크론의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돼 내년 1월중 MOU체결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현재로서는 상대방을 압박하기위한 카드의 성격이 강하다. 마이크론이 도시바의 미국공장을 인수,하이닉스를 압박해오자 하이닉스도 유사한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볼 수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언제든 비상카드로 돌변할 수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이크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25일 "상황이 진전되면 구체성 있는 조건이 담긴 양해각서를 1월중에 체결할 수 있도록 양자가 실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휴의 기본구조에 대해서도 의견이 접근,가치산정등의 작업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만 넘겨주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지분맞교환(매각)형식의 경영권 양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협상 결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도시바의 미국 공장인수를 결정한 이후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이 평소에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는 협상에만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점을 감안하면 최종단계에서 하이닉스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울 수도 있다. 하이닉스의 가치평가와 채권단 부채탕감 공장설비감축 등의 구체적인 사항에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신국환 하이닉스 구조특위 위원장이 지난 13일 한 케이블TV와의 회견에서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삼성전자나 인피니언 등 누구와도 얘기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인피니언과의 궁합은=인피니언은 도시바와의 협상타결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마이크론에 선수를 빼앗겼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인피니언이 연합군을 형성하게 되면 인피니언의 입지는 위태롭게 된다. 인피니언으로서는 어떤 업체든지 붙잡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고 대만의 군소업체들과의 제휴로는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어렵다. 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현 상태에서는 인피니언밖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제휴협상이 시작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피니언은 마이크론에 비해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유리한 점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피니언은 처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마이크론보다는 덜 강경한 입장일 가능성이 있다. 또 D램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부문이 강해 똑같이 D램 의존도가 높은 마이크론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인피니언의 자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지만 뒤에 지멘스가 대주주로 버티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