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임원 인사를 주총 승인이 필요한 등기임원과 비등기 임원으로 나눠 이원화하려는 것은 시민단체를 포함한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고 동시에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인 경영투명성 확보라는 '명분'과 경영의 효율성 유지라는 '실리'를 만족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의 설명이다. 내년 2,3월 주총 전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레임덕'을 막고 경영 일관성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집행임원만이라도 먼저 발령을 내겠다는 것이다. ?경영공백 최소화=삼성 LG 등은 이미 이달 말까지 내년도 주요 사업계획과 함께 조직개편안을 확정,사업부별 집행임원에 대해서는 '내부발령'을 내린 상태다. LG의 경우 최근 전자와 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제외한 집행임원을 중심으로 내정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는 지난 17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2백여명의 임원중 20여명에 대한 보직 이동을 결정하고 인사대상자에게 내정 사실을 통보했다. LG화학도 최근 재무담당 부사장을 LG건설 부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임원 70여명중 10여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상장사 등기임원은 내년초의 정기주총에서 확정하되 회사 이동이 불가피한 일부 등기임원의 경우 주총때까지 기존 등기임원을 겸직토록 했다. LG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기해 보직 이동을 했으며 내년초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이번 보직 이동자를 제외한 신규승진자 등을 중심으로 일부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미 정기 인사의 밑그림이 상당 부분 완성됐음을 내비쳤다. 삼성도 내년 1월초 비등기 임원에 대한 인사를 계열사별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임원인사를 3월에 할 경우 조직안정이 안된다"며 "기업조직도 사업에 맞게 바꾸고 1월부터 적극 실행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통상 연간 사업계획은 그 전 해 10월부터 작성을 시작,12월말께 확정한 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부터 집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본부장은 "올해는 시민단체의 반발 등 사회적 문제로 인해 3월 주총 이후 실시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 코오롱 효성 등 중견기업들도 임원 인사를 나눠 실시할 계획이다. 한화의 경우 비등기 임원 인사를 지난달에 이미 마쳤으며 두산그룹은 수시인사를 실시,업무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비등기 임원 인사를 내년 1월 중순께 단행할 방침이다. 다만 SK와 현대차는 비등기,등기임원의 구분없이 내년 2월말과 1월말께 각각 사장단 인사와 집행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SK관계자는 "임원 인사가 늦어져 현업부서의 업무 진행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객관적인 실적을 근거로 인사를 하기로 한 만큼 집행임원의 인사도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원인사의 기준은 '실적'=실적·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각 기업별로 독자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승진 및 퇴임임원을 선별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임원승진 기준과 업무실적평가 등 내부 시스템 따라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SK는 올해 처음으로 임원 인사에 경영지표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지수를 도입,이를 토대로 인사를 할 예정이다. KPI는 각 계열사가 중장기 비전에 따라 스스로 제시한 연간 경영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지수로 측정하는 것이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성과는 물론 개별기업의 장기적 비전,비즈니스 모델,인프라 구조 등 전략 운영적인 요소 등도 포함된다. 효성도 별도의 임원평가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으며 개인 성과와 직원들의 다면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