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로드리게스 사아 신임대통령 과도정부의 공식출범과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아르헨티나 소요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벼랑끝에 몰린 경제위기는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경기침체로 실업률은 18%를 넘고 있으며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은 긴축재정 정책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로드리게스 사아 신임대통령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고정환율제 고수 천명=신임 경제장관의 '태환정책 고수'발언과 함께 로드리게스 사아 신임대통령이 태환제 고수를 강력히 표명함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당분간 변동환율제나 달러라이제이션(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을 선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1991년부터 고수해 온 고정환율제(페그제)의 포기는 인플레이션의 고공행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페소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대규모 예금인출과 외국기업의 대량 철수를 촉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새정부는 채무 지불유예, 채권기관과의 채무재조정, 순차적 긴축정책 등의 수순을 밟아 위기탈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로드리게스 사아 신임대통령은 고정환율제 고수방침과 함께 페소,달러 이외의 '제3의 통화'도입 계획을 밝혔다. 또 국민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1백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같은 조치는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소요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IMF·외국기업이 변수=아르헨티나 경제의 기사회생 여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외국 기업들의 향후 태도에 달려 있다. 특히 IMF의 지원은 아르헨티나 경제에 숨통을 틔워줄 최대 변수다. 아르헨티나 위기가 이달로 예정됐던 IMF 자금 13억달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과도정부는 IMF 지원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금융외교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조치들이 제대로 가동될 경우 추가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