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재(時在.당장 갖고있는 현금 또는 현금등가물)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시재규모는 사상최대 호황기를 맞은 작년말 1조9천억원을 기록했다가 1.4분기와 2.4분기에 1조5천~1조6천억원으로 내려간 뒤 3.4분기 2조3천억원을 거쳐 연말에는 최대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연말기준 2조원 이상의 시재를 보유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올해 사상최악의 반도체 경기를 맞은 세계 주요 D램업체들 사이에 현금확보 경쟁이 불붙으면서 삼성전자가 당초 7조3천억원으로 잡았던 설비투자 규모를 4조5천992억원으로 크게 낮춰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5천억원 규모로 잡아놓은 자사주 매입 시기가 최근 주가상승으로 늦춰진 점도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재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전략사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고 위기 대처능력도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 경기여건상 마땅한 투자처나 현금을 굴릴만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현금보유 수준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