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약탈, 점거 등 소요가 확산됨에 따라 19일(이하현지시간)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비상사태 선포배경과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주요 대도시의 소요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특별조치를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집회 및 여행의 자유 등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아 사태해결에 본격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원은 이날 도밍고 카바요 경제장관에게 부여된 특별권한을 박탈하기로 결정했으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도 특별권한 박탈문제가 논의됐다고 의회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번 조치는 아르헨티나가 1천320억 달러의 부채에 허덕이면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전국 주요도시에서 성난 근로자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관공서를 점거하는 등 소요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취해진 것이다.

경제난에 찌든 아르헨티나의 일부 지방에서는 18일 밤과 19일 오전 우려했던 대로 소요사태가 발생, 진압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을 쏘며 진압에 나섰으나 '경제난 해소'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사태는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찰은 19일 아르헨티나 전국에서 폭도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긴급 각료 및 주지사 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으나 일단 700만 페소(미화 700만 달러)어치의 생필품을 소요지역근로자와 빈민층에게 지급한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민생대책은 내놓지못한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주말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상업도시 로사리오시에서 첫 소요사태가 발생한 이후 4일만인 18일 오후 9시 아르헨북부 엔트레리오스주의 콘셉시온 데 우루과이와 콩코르디아 등에서 약탈사건이 일어났다.

이 지역의 실업자와 영세민 등 1천여 명은 5개 슈퍼마켓의 셔터와 유리창을 부수 고 빵과 고기, 포도주 등 식료품과 전자제품, 자전거 등을 약탈했으며, 19일 새벽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가게 안이 텅 빈 상태였다.

약탈은 인접도시인 콩코르디아로 번지면서 시민들은 길거리의 간이판매대와 상점까지 부수고 식품과 의류를 털어 달아나다 진압경찰과 충돌, 현지 클라린신문의사진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등 양쪽에서 다수의 부상자를 낳기도 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산 미겔과 산 이시드로, 모레노 등 상업도시에서도 이날 오전 약탈사건이 잇따랐다.

약 2천명의 시민들은 산 미겔시내 꼬또 등 대형 슈퍼마켓에 난입, 생필품을 닥치는대로 약탈하며 매장안과 거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슈퍼마켓을 비롯한 길거리 상점들의 진열장을 돌 등으로 깨트린 뒤 식품과 의류 등을 마구 꺼내 달아났으며 일부는 폐타이어에 불을 지른 뒤 "우리에겐 직업도 없고,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살만한 돈이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후안 알베르토 사이즈 산 미겔 경찰서장은 "오늘 새벽 시민들의 난동으로 약 40개의 상점이 약탈 당했다"고 말했다.

마리아노 웨스트 모레노 시장은 이날 시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구스타보 포세 산 이시드로시장은 모든 상인들에게 상점문을 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대형 슈퍼마켓들은 이와 함께 큰 플라스틱 봉투를 준비, 빈민층에 식료품 등 생필품을 무상으로 나눠주며 상점이 약탈당하지 않도록 시위대를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델라루아 대통령과 카바요 경제장관의 고향인 아르헨 중부 코르도바주의 주 정부청사에도 근로자들이 난입, 사무실에 불을 지르고 '카바요장관 퇴진'을 요구하는등 과격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시위 군중을 더 자극할 것을 우려, 강제해산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3년8개월째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월급과 연금이 올들어 13%이상 깎인데다 예금지급의 부분 동결, 높은 실업률 등으로 생활고가 가중되자 지난 13일 델라루아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규모의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다.

아르헨의 실업률은 현재 18%에 이르며 3천600만 인구 중 약 1천50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GF)의 요구에 맞춰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 내년 예산을 애초 490달러에서 396억 달러로 축소편성, 국민의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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