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벌어질 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의 2차 협상에선 두 회사의 합병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감산 등 단순한 제휴가 아니라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란 얘기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원하는 것은 하이닉스의 경영권 인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도 조건만 맞으면 경영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인수 가격과 조건이 협상의 초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목적은 D램 업계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이고, 하이닉스는 최대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목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은 양측의 자연스런 접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협상은 마이크론이 먼저 인수조건을 제시하고 하이닉스가 그에 대해 의견을 내놓아 간격을 좁히는 과정을 밟게 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 20% 안팎의 지분매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금은 현금과 마이크론 주식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다. 물론 하이닉스는 현금을 선호한다. 현금 확보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에 넘길 하이닉스 주식은 채권단이 갖게 될 50% 정도의 지분중 일부가 될 공산이 크다. 채권단이 지분을 팔아 받은 돈은 하이닉스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 마이크론이 그 조건을 먼저 요구할 수도 있다. 대우자동차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팔면서도 국내 채권단은 대우차에 20억달러의 신규 여신을 해 주기로 했었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되 채권단도 추가 지원에 나서 하이닉스의 중장기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구도다. 이는 마이크론뿐 아니라 하이닉스 지분을 갖고 있는 채권단의 이해에도 맞는다. 관건은 하이닉스 지분 매각 가격이다. 이는 양측이 끝까지 줄다리기를 해야 할 과제. 헐값 매각 시비가 일 수도 있어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물론 가격조건이 끝까지 맞지 않아 지분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 경우엔 하이닉스의 일부 공장만 자산매각 방식으로 마이크론에 파는 것도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