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올 한해는 기업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고달픈 해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던 벤처산업이 코스닥시장의 폭락과 궤를 같이한 힘든 일년이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미국테러 사태는 그나마 회복하려는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최근 다시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벤처 업계에 불고 있는 시련의 찬 바람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사실 벤처기업은 '벤처'라는 말 그대로 부침이 있게 마련이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여의 시간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벤처 산업의 꽃이 채 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 버리는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갖게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건실한 기업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술력과 기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제26회 벤처기업상을 수상하게 된 기업들이야 말로 진정한 벤처다. 올해도 우수한 기업들의 신청이 많았다. 그만큼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견뎌낸 우량한 기업들이 우리 주위엔 아직 많다는 증거다. 총 72개의 기업들이 응모했다. 1차 서류 심사에서 18개 기업이 통과했고 최종 심사위원회에서 9명의 심사위원들이 대표자의 벤처기업가 정신, 사업화 과정, 국가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심사절차를 가졌다. 심사 결과 업체간 점수차이도 크지 않아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심사위원들간 밀도 있는 협의를 통해 과학기술부장관상 1개사, 한국경제신문사 및 KTB네트워크사장상 각각 2개사, 우수상 3개사, 한경우수벤처기업상 7개사 등 총 15개사를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인 과학기술부장관상에는 차세대 영상감시 시스템(DVR)을 개발한 아이디스가 선정됐다. 한국경제신문사장상(최우수상)엔 케이비테크놀러지와 미라콤아이앤씨가, KTB네트워크사장상(최우수상)엔 백산한정밀 아미텔이 선정됐다. 우수상엔 우신시스템 TG인포넷 제이브이메디가 뽑혔다. 또 모니터 생산업체 아이엠알아이를 비롯해 에스이 디스플레이테크 두리정보통신 등 7개사가 한경우수벤처기업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벤처기업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또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우수한 국내 제품들을 선보인 기업들도 있다. 심사과정에서 특히 눈여겨 본 부분은 건전한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 수상기업들의 경영자 또한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벤처기업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이미 시작한 많은 기업인들이 반드시 느끼고 배워 나가야 할 부분이다. 선진국에서도 그러하듯이 성공한 벤처기업의 지속적인 출현은 경제를 한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촉매이자 신산업 체제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21세기 디지털 경제에서의 벤처기업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오늘 수상의 영광을 안은 기업들이 역대 벤처기업상 수상기업들과 같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