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세계 반도체 시장이 내년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올해 반도체시장은 PC, 휴대폰 등의 수요급감으로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31%나 줄어든 1천410억달러에 그쳐 이전 반도체시장 최악의 해로 기록된 지난 85년의 전년대비 17% 감소에 비해 매출감소폭이 두배 가까이에 달했다. 더구나 지난해 이동통신시장의 붐으로 인해 매출이 37%나 증가한뒤 한 해만에 이같은 침체기로 접어들어 시장이 받은 충격은 더욱 심한 것으로 해석됐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에도 소비심리 부진과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회복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은 올해가 침체의 마지막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SIA는 내년 상반기에는 업계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 내년 매출이 6%가량 증가하며 오는 2003년에는 21%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IA의 조지 스칼리즈 회장은 "현재로서는 최악의 시점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리처드 템플턴 최고업무책임자(COO)도 "회복기는 이미 시작됐다"며 반도체 경기가 지난 3.4분기 바닥을 통과한뒤 내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SIA 등의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내년에도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마크 에델스톤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경제는 내년 상반기 여전히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매출도 5% 감소해 사상처음으로 2년연속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잔-필립 도빈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내년에는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나 SIA 등이 제시한 전망치보다는 속도가 훨씬 느릴 것"이라며 "내년 매출은 올해 수준에 그치거나 오히려 2%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테리 랙스데일 애널리스트도 "SIA는 경기전망에 관한한 지금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라며 반도체시장 회복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