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야당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려 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세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인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들린다. 법인소득과 배당소득을 중복 과세하는 문제를 없애 장기적으로 세정(稅政)의 형평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경기를 활성화하거나 중복과세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 바람직한 수단이 아니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자동차 보유세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 보유세를 내리면 소비자 입장에선 새 차를 사든 중고차를 구입하든 똑같은 감세 혜택을 받는다. 그 결과 신차 판매가 증가하기보다 중고차 수요가 늘어 중고차 값이 올라갈 수 있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신차 판매 증가가 정책 목적이라면 자동차 보유세를 낮추기보다 새 차를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주는게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법인세를 낮추면 회사 소득은 늘어나지만 기업이 이를 새로운 자본재 구입, 즉 신규 투자에 사용하리란 보장이 없다. 투자 활성화가 목표라면 모든 자본재에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경감보다 새로운 자본재 구입에만 혜택을 주는 투자세액공제가 더 나은 방법이다. 법인.배당소득의 중복과세 문제도 과장된 면이 있다. 법인 가운데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은 개인회사가 누릴 수 없는 혜택을 받는다. 개인회사 소유주와는 달리 주식회사의 주주는 기업 부채에 대해 유한책임을 진다. 또한 주식회사는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을 발행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법인세중 일부는 이런 혜택에 대한 대가인 셈이므로 법인세 전부를 중복과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섣불리 법인세 인하를 논하기에 앞서 법인 형태에 따라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따져 보는게 순서다. 우리나라 법인은 크게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로 나눠 볼 수 있다. 주식회사는 유가증권 발행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단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 등 통제기관을 갖춰야 하며 엄격한 공시의무도 지켜야 한다. 반면 유한회사는 유가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없고 소유지분 양도에도 제약이 따른다. 그 대신 이사회를 갖출 필요도 없으며 공시의무도 면제된다. 선진국에서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주로 유한회사 형태로 설립된다. 자금조달면에서 주식회사보다 불리하지만 내부 지배구조에 대한 제약이 없고 경영자율성이 보장되는데다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한회사와 주식회사 모두에 법인세가 부과된다. 그 결과 회사 규모가 작아 실질적으로 유가증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없는 중소기업들도 어차피 법인세를 낼 바에야 주식회사로 등록한다. 국내 회사의 95%가 주식회사 형태이며 유한회사 비중이 1%도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회사로서 실질적인 혜택은 받지 못하면서 배당소득세 외에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법인세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법인세를 인하하더라도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의 법인세만 낮춰 소규모 창업과 중소기업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 rhee5@plaza.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