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연구소들은 한국 경제의 회복시기를 대부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 특히 미국 IT(정보기술)산업 경기가 살아나고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4%를 웃도는 경제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게 공통된 전망이다. 경기 저점시기에 대해서는 올 3.4분기부터 내년 1.4분기까지 연구소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경기 회복 패턴은 급격한 V자형이 아닌 완만한 U자형이나 지지부진한 L자형으로 기대, 저점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거시경제지표 호전 =경제 연구소들이 전망하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대체로 3% 후반에 몰려 있다. LG경제연구원은 3.5% 전망치를 내놨고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3.6%, 산업연구원(KIET)이 3.7%를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했지만 조만간 3%대 후반으로 상향 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2%로 비교적 낙관적인 수치를 내놨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당초 3% 전망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고 5%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선거와 월드컵 개최 등 일시적 상승 요인이 존재하지만 기름값 안정 등에 힘입어 전반적으로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점진적인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설비투자 회복이 관건 =연구소들은 대부분 내년 상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2~3%대, 하반기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잠재성장률(4~5%)에 근접하는 수준의 경제성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말이다. 특히 경제 회복의 관건인 수출과 설비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0.4%, 5.1%, LG경제연구원은 각각 9.6%, 3.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KIET)은 내년 수출이 상반기 1.5%, 하반기 10.6% 증가해 연간 1천6백2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며 1천5백5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무역수지 흑자는 올 예상치(97억달러)보다 약 25% 줄어든 74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 투자는 상반기까지 해외 수요가 크게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향후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금흐름 범위에서 하려는 축소지향적 경향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올해처럼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부문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제 체질 개선, 정책 일관성 유지 필요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무엇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고 반도체값도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 지표상 경기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가 좋아진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늘어나려면 대외 여건이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내년에는 두차례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정치논리에 경제정책이 휘둘려서는 곤란"하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각종 규제를 현실 여건에 맞게 조정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상반기까지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