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의 낙관적인 경기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의 시각도 고무적이다. 우선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상향조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보수적인 회사로 알려진 UBS워버그는 당초 내년도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1.0%로 잡았으나 이달 들어 플러스 1.7%로 2.7%포인트 올렸다. 메릴린치는 종전 3.4%에서 4.0%, 리먼 브라더스도 종전 4.3%에서 5.0%로 각각 수정했다. 이는 외국계 기관들이 우리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다 실제로 민간부문의 소비가 증가하고 반도체 등 일부 수출품목의 가격이 저점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메릴린치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티모시 J 본드는 이달초 제시한 '한국경제 리포트'를 통해 "한국의 재정.금융정책과 탄탄한 내수기조가 제조업체의 불황을 상쇄하고 있으며 저유가와 금융시스템의 안정도 한국경제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발간한 '아시아 데이터워치'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가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가국가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금리에 따른 건설부분의 호조와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다각화에 힘입어 경기침체 요인을 상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경우 하이테크 부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의 홍남기 상무는 "국내경기는 이미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시장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나라 시장이 '상대적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머징 마켓에서 우리나라처럼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으면서 국가부실에 대한 위험이 적은 나라가 드물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관들 사이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내년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당초 5.0%에서 4.0%로 하향조정했다. 테러사태의 여파로 미국의 경기회복 예상시점이 올 4.4분기에서 내년 2.4분기로 지연되면서 한국경제의 회복도 그만큼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메릴린치증권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과 별도로 유가상승과 일본 엔화의 약세가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지난 3.4분기에 1.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원화가치가 저평가된데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며 "만약 엔화와 대만 달러가치가 추가로 하락해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할 경우 한국의 저금리기조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