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대표단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과 관련한 퀄컴의 로열티 조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최혜 대우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정통부 장관이 공동개발의 정신을 강조하며 퀄컴에 합리적인 로열티 조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이제 국회까지 나섰다. 문제의 발단은 퀄컴이 중국에 적용하는 방식(내수 2.65%,수출 7%)에 비해 한국에 적용하는 방식(내수 5.25%,수출 5.75%)이 과연 최혜 대우냐는 데서 비롯됐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을 로열티로 지불한 국내 업체들로서는 충분히 열(?)을 받을 만도 하다. 어쨌든 퀄컴으로서는 최적의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내수점유를,한국기업을 통해서는 수출확대를 노렸다. 특히 한국기업 중국기업 한·중합작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내수지향이냐 수출지향이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게 됐으니 지능적이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퀄컴이 과연 재협상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독자적 기술개발,유럽 방식 전환 등의 카드가 협박(?)이 되기에는 시기를 놓친지도 모른다. 또 미 무역대표부가 기업 간의 일에 정부가 왜 나서느냐며 방패역을 자임한 것도 변수다. 공동개발을 강조하는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원천기술 때문이라는 것은 둘째치고,90년대 초 퀄컴과 맺은 '공동개발합의서'부터가 기업의 냉혹한 생리를 무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동개발 당사자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국제중재법원에 퀄컴을 제소,'내수용' 기술료의 20%를 돌려받은 건 지난 3월.3년 간에 걸친 공방끝에 이뤄졌다. 그나마 합의서 때문이기는 하지만 합의서를 보다 분명히 했더라면 그런 비용을 치를 필요도 없었다. 당시 합의서를 보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료 지급기간이 내수용 13년,수출용 15년으로 돼 있다. 수출용은 왜 기간이 더 길며,또 이에 대한 기술료 배분은 왜 관철시키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크다. 최혜 대우 문제도 그렇다. 퀄컴이 유사한 기술협약을 맺을 경우 우리가 최혜 대우를 받는다고 돼있지만 도대체 무엇이 최혜 대우인지,또 계약의 비밀성을 고려한 확인방안 등을 보다 확실히 했어야 했다. 앞으로 유사한 공동개발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번 일로 합의서나 협정서라는 이름으로 된 종이 몇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 같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