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비협조적인 비OPEC 산유국들에 유가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OPEC는 비OPEC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하루 1백50만배럴을 감산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고 알리 로드리게스 OPEC사무총장이 12일 밝혔다. 로드리게스 총장은 "이 경우 유가전쟁이 촉발돼 비OPEC 산유국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비회원국들이 생산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섬에서 열린 카리브해 정상회담에 참석한 로드리게스 총장은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하지 않을 경우 OPEC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주중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오만으로부터 감산에 관한 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PEC는 9·11테러 이후 30% 이상 하락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하루 1백50만배럴 감산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14일 밝혔다. 단 감산에는 비회원국들도 최소한 하루 50만배럴 생산량을 줄이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PEC 11개 회원국들은 올들어 현재까지 하루 3백50만배럴씩 산유량을 줄여왔으나 그때마다 러시아 멕시코 등 비OPEC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림으로써 OPEC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우 올해 중 산유량을 하루평균 50만배럴(전년대비 7.0%) 가까이 늘려왔다. 로드리게스 총장은 OPEC가 하루 5백만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나 현재로선 이를 실행에 옮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유국들이 지금 자발적인 희생을 하지 않을 경우 시장수급이 더 악화돼 결국 희생을 강요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여름 이후 OPEC의 원유감산이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규모에 미치지 못했다고 12일 월례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IEA에 따르면 지난달 OPEC의 원유생산은 하루 29만배럴이 줄어들었으나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세계 원유생산량은 오히려 같은 양의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