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외환을 자본시장 진작이나 절실히 필요한 경제성장 촉진에 활용하기보다는 또다른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외환보유고를 쌓아두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 실태에 대한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모두 9천억달러로 지난 97-98년 금융위기 당시 이 지역을 빠져나갔던 외국 민간자본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은 아시아 지역의 5대 외환보유국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외환 전문가 모임에 참석중인 그레고리 페이저 미국 국제금융연구소 아태국장은 13일 "이제는 충분하다. 아시아 국가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이제 더이상 외환보유고를 쌓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을 은행에 예치해두는 것보다는 장기 채권 또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나 부채 감축 등 "더 나은 사용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디 하우저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도 일부 국가에서는 개혁의 '대체물'로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찰스 애덤스 국제통화기금(IMF) 아태지역국장보는 "이와같은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입비용과 보유고 운용수익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비용,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회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이나 외국 민간분야의 채권자들이 투자위험도를 평가할 때는 선진공업국보다는 신흥경제권의 경우 외환보유고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이들 국가의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아쇼크 라히리 인도 국립공공금융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만일 외환보유고를 줄이게 된다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당장 신용등급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닐라 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