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전·현직 대통령이 경제위기 책임공방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공방전의 발단은 지난 10일 열린 페르난두 델라루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무능했던 메넴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에게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또 "취임이후 지금까지 여기저기 불을 끄러 돌아다니는 소방관 역할을 해왔다"며 "메넴 정권이 돈이 될만한 국영기업을 모두 팔아치우고 아르헨티나를 막대한 빚더미에 올려놓았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메넴 전 대통령은 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승리를 향한 길' 출판기념회에서 델라루아 정권을 '무능한 정부'라고 혹평하고 "정책 결정 지연으로 아르헨티나가 빠른 속도로 파국의 지름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델라루아 대통령을 꺼야 할 불은 끄지않고 엉뚱한 화재 현장만 돌아다니는 형편없는 소방관이라고 비꼬고 "정권이양 24개월 만에 나의 사랑하는 조국 아르헨티나가 이처럼 형편없이 무너져 내린 것은 정말 꿈만 같다"고 지적했다. 무기밀매 혐의로 구속돼 최근 가택연금까지 당했던 메넴 전 대통령은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깃털을 갈아가며 수십년간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외딴 봉우리에 앉아 숨을 가다듬으며 다음 비상을 준비하는 법"이라고 강조,오는 2003년 대선에 출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