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를 1년중 가장 큰 가족 축제로 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계 전체소비의 5분의 1,심지어는 3분의 1가량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 해의 마무리와 함께 선물이 오가는 것은 마찬가지라 하겠다. "선물=부담스러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新)주부, 신(新)소비자다운 연말선물로 가계 및 국가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보자. ------------------------------------------------------------------------------ 누구에게 줄까=가장 우선 순위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족들이다. 가족은 늘 우리 삶의 이유와 근본이 되어준다. 다음 순위는 이웃들.직장동료든,친구든,아니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 역시 중요한 선물 대상자가 된다. 차분히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 다음 구체적인 리스트를 짜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에게 무슨 선물을 주냐?" 천만의 말씀.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분리시켜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면 선물을 줄 이유는 충분히 많다. 무엇이 좋을까=선물이란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이다 그럼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크게 나누면 결국 돈과 시간이다. 지금부터 연말선물로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의 총예산을 뽑아 보라.돈의 예산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연말보너스 이상을 지출하는 것은 과소비다. 회사에서 지급되는 연말보너스가 없다고? 그러면 스스로 조금이라도 연말보너스를 책정하라. 선물 예산을 나누는 원칙=만약 돈을 Y축,시간을 X축으로 해 좌표를 그린다면 좌표의 특성상 크게 네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그런데 돈은 감정적인 몰입 없이도 제공할 수 있으나 시간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돈은 "의례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축을,시간은 "즐겁고 소중한 관계"축을 대표하는 것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선물의 총예산 파이를 나누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러한 관계기준에 따라 선물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재분류하라.첫째,제1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즉 "의례적.공식적이면서도 즐겁고 소중한 관계"의 사람에게는 돈도 시간도 많이 들인 선물을 마련하라.예컨대 "특별히 신경 쓴 좋은 장소에 가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등이 될 것이다. 둘째,제2유형인 "의례적.공식적인 관계"는 주로 돈이 중심이 되는 선물유형이 좋다. 대신 귀한 시간은 아껴라.셋째,제3유형은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 집단은 어쩌면 우리가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일 수도 있다. 4지 선다형 답안지를 채워 가는 것처럼 "돈도 시간도 적게 쓰면 되겠네"하고 단순히 생각하지 말고 발상전환을 하자.가장 먼저 이들의 이야기와 사연을 듣고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성을 다해 선물하자. 넷째,마지막으로 제4유형인 "소중하고 즐거운 사적관계"의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양적으로 많은 시간이 아니라 질적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유형은 대표적으로 우리의 가족들이 될 것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은 추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고,그 과정을 이끌고,그 감동을 공유하는 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여하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대략 결정이 섰으면 구체적인 선물 아이템을 찾는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금전,장난감이나 소품,잡지 1년 구독권,영화구경이나 놀이동산,맛집 순례,도시야경관광,사진 찍기,같이 파마하러 가기,예전에 살던 동네 같이 가주기,일감 도와주기 등등 무수히 많은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꺼리들을 찾아내면서 정보창고인 인터넷을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이러한 인터넷검색 및 구매시 유의할 점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일방적인 광고나 정보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에서 "정.반.합"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 선택이 가져다 줄 최상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정보원을 찾아 자신만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업자가 주는 광고는 도처에 널려 있으니,특히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검토해볼 수 있는 소비자단체나 안티사이트 등에 들러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면 무엇하랴,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선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기쁠 수 있도록 그래서 올 연말의 작은 선물,작은 소비가 큰 따스함을 만들고 그것이 생산을 위한 커다란 에너지로 넘쳐날 수 있도록 우리들의 작은 노력을 실천해보자. /배순영 한국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 consumer119@cp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