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가 잘 되어 있는 업종으로 흔히 금융업을 꼽는다. 이 금융업계에서도 선두권을 달리는 기업이 올해 영예의 기업정보화대상을 받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보화 프론티어이다. 지난 95년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정보기획부서를 만든 이래 두차례에 걸쳐 정보화계획을 세워 실행했고 이제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네트워크의 핵심은 "e프론티어"라고 불리는 신보험시스템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99년 4월부터 21개월에 걸쳐 기존 보험시스템을 혁신했다. 단순히 A시스템을 B시스템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 종래 개별적으로 작동하던 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해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했다. 금년초 이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생명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e프론티어"의 특징은 고객 위주의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종전 시스템은 보험 융자 부동산 채권 등 계약.업무단위별로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게 되어 있었다. 회사로서는 이런 체제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객은 사안에 따라 창구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e프론티어"를 가동한 뒤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원스톱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창구직원이 갑자가 "배당금 찾아가겠느냐"고 묻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는 고객도 생겨났다. 또 "e프론티어" 덕분에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고객은 한밤중에도 삼성생명 홈페이지 사이버창구에 접속,계약사항 조회나 주소변경은 물론 약관대출 신청,입출금,증명서 발급 등 예전 같은 낮시간에만 가능했던 일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홈페이지 콘텐츠가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3백80만명이나 회원으로 가입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들은 "e프론티어" 덕분에 퇴근 후에도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생명 정보전략팀은 "e프론티어"의 강점으로 한 가지를 더 꼽는다. 시스템이 유연해 금융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에서는 신상품을 어느 회사가 먼저 내놓느냐가 시장주도권을 좌우한다. 이에 못지않게 신상품에 맞는 전산 프로그램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보험시스템은 신상품에 맞는 체제를 갖추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나 "e프론티어"를 가동한 뒤엔 이 기간이 1개월로 단축됐다. 재해복구시스템(BRS)도 빈틈없이 갖춰놓았다. 삼성생명은 불가피한 사유로 시스템이 다운될 경우에 대비해 데이터를 이중.삼중으로 백업하고 있다. 과천전산센터에서 데이터를 디스크와 테이프로 복사해둠은 물론 96년 말 오픈한 구미센터에서 리얼타임으로 데이터를 백업한다. 또 복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기마다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지식경영시스템(KMS)도 삼성생명의 자랑거리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고객접점인 직접부문에 KMS를 구축,노하우 고객정보 등을 공유하게 했다. 영업소장 여사원 설계사 법인직판사원 융자담당자 등은 각자 노하우를 지식창고에 올리고 동료들이 터득한 지혜를 꺼내 활용하곤 한다. 특히 법인직판사원들은 일평균 20회 가까이 지식창구를 들락거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들어서는 본사 간접부문에도 KMS를 도입해 지난 10월 가동했다. 삼성생명은 이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명경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2004년까지 세무관리 고정자산관리 현금관리 원장관리는 물론 예산관리 사내거래 원가분석과 성과평가 경영계획수립 등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