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공식 가입(11일)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가 담당해온 산업 및 기업 조정 기능을 산업별 민간 협회로 대거 이양할 계획이다. 또 국유기업이 대행해온 사회복지 교육 등의 행정기능을 정부가 맡는 등 정경분리(政企分開)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10일 본사가 단독 입수한 'WTO 가입과 정부기능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정부 내부 문건에서 밝혀졌다. 중국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이 작성, 고위직 인사들에게만 전달한 이 문건은 'WTO 가입에 따른 정부 행정기능의 대대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기기로 했다. 정부는 독점방지 자율경쟁 보장 등 감시자로 물러선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정책을 기존의 정부투자 위주에서 민간투자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인한 중복 투자, 자원낭비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정부는 또 준정부기관 성격을 갖고 있던 산업별 협회를 양성화,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특히 서방국가처럼 협회에 외국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제소, 산업별 자율 조정기능 등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 각 산업별로 구성된 협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국유기업이 맡고 있던 행정업무 부담을 완전히 제거, 기업이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맡아 오던 각종 인·허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 철폐함으로써 정부의 '정책 독점'을 깨뜨리기로 했다. 또 '내부문건' '내부지침' '영도(領導)지시' 등 기업을 통제해 오던 각종 배후조정 기능을 없애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동차 화학 등 각종 산업에 적용하던 '정부 고시 가격'을 철폐해 왔다. 반면 정부는 반(反)독점법, 정부조달법, 반(反)지원법 등의 제정을 통해 시장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돕기 위해 정부가 무역금융 업무를 주도할 예정이다. 국가경제무역위 관계자는 "이 문건은 WTO 가입 이후 중국의 행정기능이 서구 시장경제 국가와 유사하게 바뀌게 될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중국 행정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