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공적자금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내놓은 이후 갖가지 의문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옮긴 뉴욕 타임스 등 외국 언론이 공적자금 6조7천억원(53억달러)을 부실기업주가 빼돌렸다고 보도함으로써 국가신뢰도가 실추되는가 하면 책임론에 따라 기업대출이 얼어붙는 등 애꿎은 기업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해당 기관에서는 감사원 감사가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증폭시켰다며 은근히 감사원을 원망하는 눈치다. 공적자금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5가지 오해에 대한 실상은 이렇다. ◇ 부실기업주 등이 공적자금을 빼돌렸나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국내 일부 언론이 '공자금 7조원 이상 빼먹었다' '공자금 은닉자 소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제기된 의문이다. 그러나 감사원 해명대로 공적자금은 부실기업에 직접 투입되는 것이 아니어서 이 돈을 바로 부실기업주 등이 빼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사 결과 금융사에 빚을 지고 있는 부실기업주 등이 총 7조1천5백억원(보유.은닉 6조6천5백억원, 해외도피 5천억원)의 재산을 보유 중인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 옳은 설명이다. 여기에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보유 중인 주택 등도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부실기업주 등이 공적자금을 빼돌리거나 은닉했다는 것은 명백한 오해다. 그러나 이들이 과거에 저지른 부실을 메워주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므로 보유 중인 재산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가려 환수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미 1조7천억원에 대해서는 가압류 조치가 취해졌다. ◇ 감사원은 '감싸'원인가 =감사원이 공무원에 대해 한 명도 징계하지 않자 공무원을 지나치게 '감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 결과와 관련해 공무원이 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정책 판단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공적자금 추가조성 시기를 놓쳐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국민부담을 초래한 것이라든지,수익성 상품인 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감사원이 이같은 정책 오판을 적발하고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98년 환란 특감에서 정책 판단에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다 무죄판결로 망신을 당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정책판단에 대해 정치.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사법적 책임까지 물을 경우 누가 일을 하려 하겠느냐는 공직사회의 내부 기류도 충분히 고려했음직 하다. ◇ 공적자금은 떼이는 돈인가 =공적자금 회수율이 25%에 불과하자 공적자금은 누군가가 떼먹는 돈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회수율이다. 자산관리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경우 38조4천억원을 투입해 25조3천억원을 회수, 이미 64%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2조7천억원의 매매차익까지 올리고 있어 전액회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쪽에서 공적자금은 떼이는 돈이라고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예금보험공사 쪽이다. 회수율이 11.6%에 불과하고 회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예금대지급 23조7천억원, 부실금융사에 대한 출연 16조2천억원 등은 대부분 애당초 회수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 투입한 돈이다. 금융사 출자분은 회수가 가능하다 하겠으나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주가에 따라 회수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공적자금은 모두 국민혈세인가 =공적자금은 세금으로 조성된 돈은 일단 아니다. 정부가 지급보증한 공채 발행(예금보험기금 및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조성됐다. 따라서 이자까지 포함한 전액 회수가 이뤄진다면 국민 혈세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데 있다. 공적자금 원금과 이자를 합한 1백71조6천억원(원금 1백27조원, 이자 45조6천억원) 중 회수차액이 국민혈세로 메워져야 할 부분이다. 공적자금 차환 발행이 이뤄져 만기가 계속 연장된다면 국민혈세로 메워져야 할 금액은 영구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 ◇ 기업대출 기피는 시위용인가 =공적자금 감사 결과의 발표 여파로 기업대출이 얼어붙자 이를 두고 책임회피용 시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공적자금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가 취해진 부실 금융사 임직원은 이미 5천여명에 이른다. 예금보험공사가 3천3백여명에 대해 9천2백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금감원은 2천7백여명에 대해 문책하고 이중 1천2백여명은 검찰에 통보했다. 감사 여파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부총리 금감위원장이 나서 연일 기업대출을 독려하고 있으나 창구직원들은 들은척 마는척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책임은 묻되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해서도 냉정히 따져봐야 할 때다. < 논설.전문위원.한경종합연구소장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