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실시된 이후 종합주가지수와 경제성장률이 5년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권 초반기는 주가와 경기가 상승세를 타다가 중반 이후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던 88년 당시 10.5%였던 경제성장률은 정권 말기인 92년 5.4%로 뚝 떨어졌다. 김영삼 정권도 집권 2,3년차인 94년과 95년 8.3% 및 8.9%였던 경제성장률이 마지막 해인 97년에는 5%로 급락했다. IMF사태를 딛고 출발한 김대중 정권도 지난 99년 경제성장률 10.9%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올해는 2∼3%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경기선행 지수인 종합주가지수도 동일한 양상이다. 교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는 매 정권이 시작되는 88년 93년 98년을 기점으로 상승을 시작한 뒤 2년 후부터 꺾여 바닥을 향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 집권 4년째인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실제로 바닥권인 460∼7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중 하나로 레임덕 현상을 꼽고 있다. 정권 초반기에는 자의든 타의든 경제주체들이 합심,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 결과 주가가 상승 사이클을 그렸다. '경제는 심리'란 속설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권 중반기 이후에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주가와 경기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대기업 정책도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기업규제를 강화하고 이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면 또다시 규제를 푸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종합주가지수의 5년 주기 등락은 세계 경기 탓도 있지만 기업의 투자활동에도 크게 영향받아 왔다"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획일적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