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가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하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요구를 수락할 자세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OPEC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고 BBC가 4일(이하 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히일 카샤노프 러시아 총리는 OPEC이 요구하고있는 내년 석유 수출의 감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5일 막강한 러시아 석유회사 총수들과 회담하게 된다. 산유국들의 유가담합을 위한 카르텔인 OPEC은 유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전세계적 감산을 요구하고있다. 그러나 9.11 미국테러사건 여파로 미국정부와 새롭게 관계가 밀접해진 러시아정부는 석유수출감량에 기꺼히 동참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음으로써 OPEC과의 충돌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BBC가 지적했다. BBC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알렉시이2세가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루코일의 판촉 비디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에 있어서 석유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라고 지적했다. 검은 승복과 흰 두건차림의 알렉시이2세는 러시아 전국의 러시아 정교회를 복원하는 데 루코일이 재정적 지원을 보낸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석유는 러시아 경제의 동력실 구실을 하고 있으며 오일머니(석유판매대전)는 러시아공산정권 몰락이후 러시아가 처음으로 굳건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오일머니가 러시아 국가재정의 4분의 1 가량을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高)유가는 러시아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러시아는 OPEC가 요구하고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감산안을 마지막 단계에서 제시하게 될 준비가 돼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수의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현재의 국제 유가하락에 초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엔 그럴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고 보고있다. 즉,러시아의 장기석유정책목표는 OPEC의 세계석유시장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자국의 석유수출량증대로 메꾼다는 산유량증대가 분명하다고 트로이카 다이어로그 인베스트먼트 은행의 이반 마잘로프가 지적했다. 마잘로프는 이같은 러시아의 전략은 9.11 미국 테러사건이후 요인들과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지게 된) 새로운 상황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국제무대에서) 보다 가시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보다 강력하게 서방경제와 통합하는 요소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저(低)유가는 러시아가 (서방경제에 동승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차표(車票)라고 그는 정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