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무팀 방한으로 하이닉스반도체[00660]와 마이크론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상이 드디어 가시화됐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과 직결된 양사의 협상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목표'를 이뤄야 하는 점에서 외견상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복잡한방정식이 될 것이라는 게 채권단을 비롯한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협상은 신속하게 진행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양사가 이미 전략적 제휴 원칙을 천명한 만큼 협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협상팀의 국내 체류기간이 2주정도로 알려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결국 연내에는 협상의 성패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제휴의 내용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협상에서는 주로 양사가 생각하는 제휴조건을 확인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상은 철저하게 실무적인 내용을 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팀이 하이닉스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채권단과 회사측 관계자외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재무상황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기술적 분야에서는 회사측이, 기타법률.회계적인 면은 외부전문가들이 분야별로 나눠 처리하면서 전체협상을 신속하게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양사는 협상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양사를 자문하는 투자은행간 협상도 병행하기로 했다. 하이닉스측에서는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알려졌다. 특히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모회사인 씨티그룹의 로버트 루빈 회장이 양사의 제휴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루빈 회장은 지난 10월 방한 당시 박종섭하이닉스 사장은 물론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청와대까지 방문하면서 한국측과 `전략적 제휴'라는 밑그림을 이끌어낸 것으로 업계및 금융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자문 투자은행은 협상이 고비에 처할 경우 측면에서 협상의 돌파구를 찾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제휴의 구체적 내용은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팀이 도출해 낼 제휴의 방식은 절묘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제휴가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합병'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어느 한쪽이 다른 상대를 인수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합병은 정서적으로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거부감이 비교적 덜한 지분 맞교환 방식을 택하되 실질적으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갖거나, 최소한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이닉스의 주식규모는 10억1천100만주에 이른다. 지난달 말 채권단이 3조원의 출자전환을 의결했으므로 앞으로 자본규모는 두배 가량으로 늘어난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환가액은 전환당시 시가로 정했다"면서 "이 경우 1주당 가격은 최고 3천100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조원을 3천100원으로 나눠보면 9억6천700만주의 주식물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경우 채권단의 지분은 절반이 조금 안되는 48.8%에 달하고, 하이닉스로부터의결권을 넘겨받은 현대그룹 주식(9천380만주)까지 합하면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이 지분 맞교환을 하면서 채권단 지분 중 절반을 확보하면사실상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5억주 정도를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대략 1조5천억원이 된다. 마이크론의 주가를 27달러로 계산할 경우 전체의 8% 미만의 지분을 채권단측에제시하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연결재무구조 악화 등을 신경쓸 경우 경영권 인수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내년 3월중 실시될 하이닉스의 유상증자에 마이크론이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유상증자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전환가 3천100원에 참여하면 3억2천만주 정도를 확보하고, 사실상 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분 맞교환 방식이 어떤 내용으로 결정되더라도 가장 중요한조건은 주당 가치의 산정 등 가격과 관련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돈의 논리'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무리 좋은 내용이 합의되더라도 돈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협상의성공도 없다는 얘기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