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3일 아르헨티나의 국채 신용등급을 C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인 DDD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달 30일 기존 부채에 대한 1차 스와프거래를 마무리한 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아르헨티나가 애초 약속한 금리로는 채무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상 디폴트 선언으로 간주되고 있다. 피치도 성명을 통해 "아르헨티나에 디폴트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디폴트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30일 후에 신용등급을 다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국제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이미 1년여 전부터 예견돼 왔고 시장에서도 디폴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긴급조치로 3일 예금 인출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증시도 전주 말 대비 6.1%나 급등했다. 인접국인 브라질과 멕시코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긴급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올랜도 페레로는 "이번 조치로 정부가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라틴아메리카 경제연구재단(FIEL)의 후안 루이스 바우어 수석연구원도 "부분 자산동결 조치로 국내외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 금융체제를 더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